'교역둔화·중국경제 부진'에 기지개 못 켜는 지역경제…3분기도 제자리

2023-09-25 12:02
한국은행, 25일 2023년 9월 골든북(지역경제보고서) 발간

전국 권역별 2분기 경기 및 3분기 업황 [사진=한국은행]

국내 지역경제가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서비스업 생산이 전분기 대비 소폭 개선된 반면 제조업 생산이 세계 교역부진과 중국 경제 회복 약화 등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빅데이터 모형을 이용해 추정한 권역별 업황에서도 수도권, 동남권, 충청권, 호남권 등 대부분 지역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2023년 9월 지역경제보고서(골든북)'를 통해 전국 15개 한은 지역본부가 권역 내 업체와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경제동향을 모니터링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제조업 생산은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조선과 디스플레이업종이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반도체 생산 부진과 자동차와 이차전지 성장세 둔화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세계적인 교역 부진과 주요 수출국인 중국경제 회복 지연이 제조업 생산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권역별로는 호남권과 강원권(소폭 증가)을 제외한 5개 권역의 제조업 생산이 보합 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서비스업 생산은 전분기 대비 소폭 개선됐다. 누적된 고물가 영향으로 도소매업과 숙박업 성장이 정체됐으나 금융과 보험 업황이 개선된 데다 주택시장 회복 속 부동산업도 업황 개선이 이뤄졌다. 권역별 서비스업 생산은 동남권만 유일하게 소폭 증가세를 기록했고 나머지 권역은 보합세를 나타냈다. 

3분기 민간소비도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 기간 재화 소비가 소폭 감소했으나 서비스 소비가 보합세를 유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 축소 기조와 원자재 가격 상승, SOC 예산 집행액 축소 등으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건설투자가 줄면서 2분기 대비 감소했다. 건설투자의 경우 권역별로는 호남권 감소세가 두드러졌고 수도권과 충청권, 대경권, 제주권이 소폭 감소했다. 향후 건설투자는 3분기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 기간 수출도 전분기 수준에 머물렀다. 선박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났지만 석유화학 등이 감소했다. 권역별로도 큰 차이를 나타냈는데 강원권 수출이 증가한 반면 대경권은 감소했다. 향후 수출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현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은 7~8월 중 월 평균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4만명 증가했다. 이는 지난 2분기(34만명대)에 비해 감소한 모습이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에서의 고용 증가폭이 확대된 반면 나머지 권역에서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평균 소비자물가는 전 권역에서 2분기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 전기와 가스, 수도 가격 상승폭이 축소된 데다 외식 등을 중심으로 한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둔화된 데 다른 것이다. 3분기 중 주택매매가격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과 집값 상승 기대감과 맞물려 상승으로 전환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과 충청권, 대경권, 강원권에서 상승세 전환했고 나머지 권역에서도 하락폭이 축소됐다. 

한은이 빅데이터(텍스트) 모형을 활용해 3분기 지역경기 업황지수를 추정한 결과 제주권역(증가)을 제외한 수도권 등 6개 권역 업황이 악화(소폭 감소~감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장기 평균으로는 충청권 업황이 전국 장기평균에 비해 호조를 보이고 수도권은 장기평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며 "여타 권역은 전국 장기평균 대비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은 앞으로의 지역 경제에 대해서는 3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은 반도체 업황 반전기대에도 불구하고 주요 수출국인 중국 경제의 느린 회복 등으로 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서비스업은 여행 관련 소비 회복에 부동산업 부진 완화 등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