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시 주석이 양회에서 꺼내든 '중국경제 부양책' 2가지
2024-03-22 08:44
중국경제위기설·비관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양회가 폐막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내외로 발표했고, 시장에서 기대하는 대규모의 부양책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번 양회에서 발표된 올해 중국재정·통화정책방향을 보면 현재 중국이 당면한 지방정부부채, 부동산침체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재정적자 비율이 3%로 작년과 비슷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재정지출 규모가 전반적으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GDP 대비 3%면 적자규모가 4조600억 위안(약 754조원)이고, 일반 공공예산 지출규모는 28조5000억 위안(약 5292조원)으로 전년 대비 1조 위안(약 186조원) 증가했다. 글로벌 환경변화와 대내적 경기침체에 대응하며 중국은 지난 몇 년간 불필요한 중앙재정지출은 줄이면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중앙정부의 삼공(三公, 공무해외출장∙접대비∙관용차구입 및 유지비) 지출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25% 줄었다. 반면, 지방부채가 심각한 12개 성시를 중심으로 지방정부에 이전한 금액은 2019년 7조4400억 위안에서 2023년 10조2900억 위안으로 38% 증가했다. 올해 양해에서도 중앙·지방정부, 각 부처별 불필요한 전시회, 포럼 등 행사금지 등 경비삭감을 위한 공공부문의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지방채무 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재정여건과 통제시스템을 감안하면 충분히 방어해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재정부가 밝힌 2023년 지방정부 채무가 40조7373억 위안(약 7539조원)으로 아직 양회 전인대에서 승인한 채무한도액인 42조1674억 위안(약 7 804조원) 범위 안에 있다. 나아가, 서방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지방융자플랫폼(LGFV)의 음성부실 리스크의 경우도 이미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몇 년 전부터 정밀조사와 상업화, 정리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양회 민생부처 장관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기업부실 관련 질문에 주택건설부 장관은 올해 부동산 문제해결을 위한 3단계 정부정책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1단계 부채와 자산규모에 따라 파산-지분매각-국유편입 등 부동산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2단계 31개 성시 312개 도시별 맞춤형 부동산 육성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3단계는 부동산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대출융자 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미 6000개에 달하는 신규 부동산 개발사업이 정부에 보고되었고, 2월 현재 2000억 위안(약 37조원)이 넘는 대출금액을 상업은행이 승인한 상태다. 따라서, 서방언론에서 언급하는 지방부채와 부동산 리스크가 중국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올 한해도 여전히 부동산과 지방부채 이슈를 중심으로 중국 경제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대두될 것이다.
둘째, 특별국채발행을 통한 2개의 핵심영역(两重) 투자를 확대하며 경기부양과 기술자립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2개의 핵심영역’이란 국가중대 전략프로젝트(国家重大战略项目)와 중점영역 안보능력건설(重点领域安全能力建設)을 의미한다. ‘국가중대 전략프로젝트’는 징진지 협동발전, 창장경제벨트, 장강삼각주 일체화 전략, 웨강아오(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황하유역 생태문명 건설 등 5대 중점 인프라 전략구축사업을 말한다. 이른바, ‘시진핑식 국가균형발전 인프라사업’이다. 소비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결국 정부가 유동성(투자)을 풀어 경기부양을 어느 정도 지탱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점영역 안보능력건설’은 중국의 경제체질 개선과 미·중간 전략경쟁 심화에 따른 기술자립과 경제안보를 위한 사업을 의미한다. 5G 기지국·전기차 충전소 설치 등 신형인프라 구축과 식량안보·에너지안보·핵심산업 자체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지방정부 전용채권 3조9000억 위안과 초기 특별국채 1조 위안, 작년 4분기 발행한 국채 1조 위안 대부분이 올해 3분기까지 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을 합한 대략 5조6000억 위안(약 1037조원)의 자금을 단기적인 경기부양과 중장기적 경제구조 전환을 위한 전략적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지방채무 리스크에 매몰되지 말고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전략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