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 1년 새 해외투자 13조원 증발

2021-07-23 07:15
코로나19 영향 미국 금리인상 우려 등 반영
대체투자 규제 강화되는 9월 이후 감소폭 더 커질 듯

지난해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 규제가 완화됐지만, 최근 생명보험사의 해외투자 규모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당분간 코로나19 회복에도 당분간 해외투자 규모는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24개 생보사의 외화 유가증권(이하 해외투자) 보유 규모는 전년 동기(110조9285억원) 11.8% 급감한 97조8126억원을 기록했다. 생보사의 해외투자 규모가 10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9년 2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전체 운용자산 중 해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축소됐다. 지난해 4월 말 15.0%를 기록했던 해외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13.2%, 올해 4월에는 12.8%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주요 생보사의 해외투자 규모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 가장 적극적인 해외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한화생명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한화생명의 지난 4월 말 기준 해외투자 규모는 18조3721억원으로 전년 동기(26조4796억원) 대비 30.6%(8조1074억원) 급감했다. 이 기간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대비 해외투자 비중 역시 27.6%에서 19.4%로 하락했다.

교보생명과 농협생명도 빠르게 해외투자 규모를 줄였다. 이 기간 교보생명의 해외투자 금액은 17조47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9459억원(18.4%) 줄었다. 농협생명도 2조498억원(15.5%) 줄어든 17조473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의 해외투자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9591억원(5%)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해외투자 규모를 줄였다.

이는 해외투자 규제 완화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회는 지난해 5월 보험사가 운용할 수 있는 해외자산 비율을 일반계정 기준 기존 총자산의 30%에서 50%까지(특별계정은 20%에서 50%)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마련,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했다.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이 글로벌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는 건 코로나19 충격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공격적으로 돈을 굴리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투자 환경을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해외 자산운용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환헤지의 방향을 설정하기조차 힘겨운 실정이다.

코로나19가 회복되도 당분간 국내 생보사의 해외투자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이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당국의 모범규준에는 △대체투자에 대한 정의 △리스크관리를 위한 조직·관리체계 마련 규정 △투자실사에 대한 심사·승인 △대체투자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 방안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모범규준에는 해외 대체투자 시 현지실사를 원칙으로 하는 내용이 강화됐다. 코로나19 등과 같은 이유로 현지실사가 어려울 경우 이를 대체해 내부통제를 심화하고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위기발생 시를 고려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대체방법을 강구토록 했다.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위험 관리를 위해 투자한도를 정하고 충당금을 적정하게 쌓도록 하는 등 당국의 기존 지침도 반영됐다.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해외투자에 나서는 건 운용수익률 제고 외에도 국내에서 제공하지 않는 자산군에 투자하면서 분산 효과를 노리는 것인데,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글로벌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투자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며 "조만간 시행될 예정인 대체투자 규제까지 본격화되면 해외투자 규모는 더욱 줄어들어 생보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