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일주 39만원" 꿈틀대는 여행수요에 다시 저가 여행상품 속출
2021-07-06 00:00
고사 직전 여행사, 홈쇼핑 출혈 경쟁
업계선 "과거로 회귀땐 여행업 몰락"
업계선 "과거로 회귀땐 여행업 몰락"
코로나19 여파에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하며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던 여행사들이 홈쇼핑을 통해 '저가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정상화하지 않은 시점에 벌써 가격 후려치기 경쟁에 나선 일부 여행사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과거에 원가보다도 낮은 '저가 여행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다 폐업한 전례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과거와 같은 '저가 여행상품 판매' 출혈 경쟁은 결국 여행업 몰락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외여행 기대감에 또다시 홈쇼핑에 등장한 '저가여행'
"유럽 일주, 단돈 39만원대에 모십니다."
홈쇼핑을 통한 여행사의 저가상품 경쟁이 치열하다. 코로나 시국에 해외 여행상품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노랑풍선은 지난 6월 초 CJ온스타일을 통해 항공권을 제외한 유럽 현지투어 상품을 판매했다. 이탈리아 일주 7일, 동유럽+발칸 9일, 스페인 일주 9일 세 가지 종류를 최저 39만원대에 판매했다.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유효기간은 2년이고, 1년 이내 취소하면 수수료 전액을 면제해 준다고 홍보했다.
항공권과 숙박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차치해도 금액은 저렴했고, 취소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도 고객 구미를 당겼다. 그 결과 노랑풍선은 우리나라 여행 홈쇼핑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200억원'의 매출고를 기록했다. 노랑풍선은 이 기세에 힘입어 동유럽·서유럽 여행상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했다.
노랑풍선 상품 판매 성공을 바라본 여행사는 너도나도 '저가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지난 13일에는 교원KRT가, 19일에는 온라인투어가 터키 현지투어 상품을 9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선보였다.
9만9000원에 판매한 터키 현지투어 상품은 최소 5박 6일 동안 특급 호텔 숙박과 식사는 물론, 관광지 입장료, 차량이 모두 포함됐다.
특급호텔 1박 숙박료보다도 못한 금액이다.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할까.
현지투어 상품을 판매한 여행사들은 "손실(마이너스)을 감수하더라도 고객 확보 차원에서 이번 상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버스로 이동하는 중간에 '쇼핑관광' 일정이 3~4회가량 포함됐다. 여행사가 상품가격 후려치기에서 온 손실을 고객의 '쇼핑'에서 충당한다는 얘기다. 물품 판매 대금에서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마이너스 투어'다. 여행객 만족도는 물론, 상품의 질까지 떨어뜨리는 고질적 문제로 제기돼왔다.
◆저가 여행상품 판매, 업계 시선도 '부정적'
업계가 일부 여행사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해외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시기,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입장료, 가이드 비용 등 원가가 200만원을 훌쩍 넘는 여행 상품 가격을 반값 이하로 후려친 후 여행객에게 현지 쇼핑을 유도해 손실을 메우려는 여행사의 꼼수는 결국 경영 악화를 부추겼다.
여행 기획상품(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여행객들이 일정에 끼워 넣는 쇼핑관광과 관련해 '바가지를 썼다'는 경험담을 쏟아내는 등 불만족을 제기하면서 쇼핑에서 나오는 매출이 자연스레 하락했고 폐업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홈쇼핑에 내는 과도한 수수료도 여행사의 경영 악화를 부채질했다. 상품 판매액의 40%가량을 홈쇼핑에 수수료로 내야 하는 만큼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려도 절반은 홈쇼핑에 지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객이 상품을 취소한다면 고스란히 여행사의 부담이 된다.
여행사 한 관계자는 "마이너스 투어는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해외여행 기대감이 커지고, 이제 막 여행수요가 꿈틀대는 시점에 가격을 확 낮추고 출혈경쟁을 펼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며 "공급자 입장에서 볼 때도 이는 결국 과거 여행 기획 상품에 의존했던 여행사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것은 물론, 여행 기획상품에 대한 이미지 개선 기회도 날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홈쇼핑에 막대한 판매 수수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출혈경쟁을 펼칠 필요가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시대의 상품의 질부터 높이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