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용 주가 예측 불가능"…이재용 여섯번째 재판서 증언

2021-06-18 00:01
'프로젝트G' 작성자 17일 공판 출석
"엘리엇 합병반대 전 시장도 긍정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유리하게 주가를 조작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6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전직 삼성증권 팀장 한모씨가 다시 한번 증인으로 법정에 나왔다. 다섯 번째 증인 출석이다. 한씨는 검찰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계획안으로 지목하는 '프로젝트 지(G)' 작성자다.

한씨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염두에 두고 주가를 예측한 적이 있느냐는 이 부회장 측 변호인 질문에 "(제일모직) 상장 전에 비상장사 가치와 가치에 따른 삼성그룹 지분율 변화를 시뮬레이션해 본 것 같다"고 답했다.

합병 때 기준 주가나 비율, 합병 관련 이사회 적정 시점을 염두에 두고 분석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주가 예측은 어렵다"며 "특정 목표일이나 특정 주가를 두고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합병 비율상 특정 기업에 언제가 유리할지를 정할 수 있게 주가를 분석하는 건 가능하냐고 묻자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어떤 전망이 있는지, 시장 의견은 어떤지는 정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발표한 뒤 시장 반응은 좋았다는 취지의 답변도 했다.

변호인이 당시 전문가들이 합병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봤느냐고 묻자 그는 "전반적인 기억으로 엘리엇이 개입하기 전까지 전체적으로 주가나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엇이 들어와 이슈화하기 전까지 양사 주가가 올랐다"며 "삼성물산을 비롯한 두 회사 주주들이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당시 합병 비율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양사 합병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은 1:0.35였다.

이날 재판은 오후 6시 25분쯤 끝났다. 다음 공판은 오는 24일 열린다. 재판부는 7월 1일까지 한씨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다음 증인으로 한씨 후임인 이모 전 삼성증권 부장을 부르기로 했다.

법원 휴정기에 따른 계획도 밝혔다. 오는 7월 22일까지 매주 목요일에 재판을 열고, 휴정기간 쉬었다가 8월 12일 재판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13년부터 프로젝트 G 문건에 따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을 벌이던 삼성이 2014년 고(故) 이건희 회장 와병으로 상황이 급변하자 계획을 바꿔 합병 등을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