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보험 인기에도 득 못본 보험사]①달러보험 출시 미루는 보험사들

2021-06-08 08:00
메트라이프 출시 연기 이어 한화·교보생명 달러보험 판매 보류

약 달러와 낮은 금리로 지난해 인기를 끌던 외화보험(일명 달러보험)을 보험사들이 잇달아 출시를 보류하고 있다. 이는 달러보험과 관련 불완전판매 여부 집중 점검하는 등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파이낸셜타임스(FT) 누리집 갈무리]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은 이달 출시 예정이었던 간편가입 달러종신보험을 7월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예정이던 이 상품은 작년 8월 출시한 달러종신보험에 간편가입 기능을 추가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대 75세까지 가입나이를 확대했으며, 최소 가입금액은 1만 달러에서 5000달러로 축소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달러보험 출시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이는 1년 전과 대조적이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생명이 달러연금보험을 출시했다. 푸르덴셜생명도 최근 사망보장과 동시에 확정된 연금액을 종신토록 보장하는 '(무)100세 만족 달러연금보험'을 내놨다. 신한생명도 보험료와 보험금을 달러 기준으로 적용하는 '무배당 신한달러유니버셜종신보험'을 새롭게 출시했다.

1년 만에 보험사들이 달러보험 출시를 머뭇거리고 있는 데는 당국의 압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달러보험이란 납입하는 보험료와 보험사고 발생 시 수령하는 보험금이 모두 달러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보험사는 환차익 등을 강조하며 신규 매출을 올릴 수 있고, 가입자는 기존 보험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보험은 보험료 납입시기와 보험금 수령시기의 간극이 길어 적립금을 장기간 운용해야 한다. 이 적립금을 국내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미국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저금리 지속된 데다 약 달러 흐름으로 달러보험의 수요는 크게 늘었다. 지난 2017년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 매출(수입보험료)은 323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7575억원을 기록했다. 외화보험 중 대부분은 달러보험이다.

달러보험 가입자 역시 크게 늘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11개 보험사의 외화보험 계약자 수는 2017년 1만4475명에서 2018년 5만7219명, 2019년 10만9537명 급격히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16만5746명으로 2017년 대비 11배(1045%)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환차손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달러보험이 규제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외화보험에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3월에는 메트라이프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대상으로 부문검사에 나서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질 경우 금융당국이 이를 조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보험 시장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 없이 인기 상품 판매를 사실상 금지한 것은 일부 과도한 당국의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