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강세에 국내·외자계 생보사, '달러보험' 온도차 왜

2022-08-31 14:53
달러상품 비중 큰 외자계, 시책 등 판매 속도전
환율 호재…리스크 관리 등 외화 운용 자신감
국내사, 비중 미미해 '리스크 최소화' 기조 유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350.4원으로 표기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 강세에 외자계 생명보험사들이 달러보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 등이 외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보지만 환율이 떨어지면 손실을 보는 구조다. 지난달 관련 상품 규제가 강화됐지만 그간 외화 운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당 시기를 기회로 여기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 생보사들은 해당 상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사는 달러보험 비중이 미미해 굳이 불완전 판매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없고, 외자계보다 외화 운용 범위가 넓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은 주력 달러보험 상품인 '백만인을 위한 달러종신'에 150% 안팎으로 GA(법인보험대리점) 설계사 시책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책은 판매 수수료와 별개로, 일종의 판매 보너스 개념이다. 이에 따라 150% 시책 적용 시 가입자가 첫 달 보험료 10만원을 내면 판매를 성사시킨 설계사에게는 보너스 15만원이 돌아간다. 메트라이프생명은 국내 달러보험 시장 점유율 1위다. 현재 달러 종신·정기보험 등 관련 상품 6종을 운영 중이며 상반기 기준 달러보험 비중이 35%에 달한다.  

점유율 2위인 푸르덴셜생명은 최근 설립한 자회사형 GA ‘KB라이프 파트너스’를 통해 관련 시장을 넓히고 있다. KB라이프 파트너스는 종신·건강보험과 함께 달러보험을 집중 판매하고 있다. 대만계 생보사인 푸본현대생명은 연내에 달러종신보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는 최근 환율 상승을 외자계 업체들이 달러보험을 확장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5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금융당국이 '환차익 마케팅' 방지를 위해 강화된 모범규준을 내놨지만 해당 제약도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화된 모범규준은 설계사가 달러보험 권유·판매 시 취약금융소비자 해당 여부, 가입 목적, 보험료 납입·계약 유지 능력 등에 대한 질문 등으로 계약자에 대해 적합성 진단을 해야 한다. 계약자가 주요 질문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적합한 항목을 선택·답변하면 해당 상품을 권유할 수 없다. 외자계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외화보험 적합성 진단 제도 시행 전후로 주기적 교육을 통해 설계사들이 적합성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해당 진단 프로세스를 준수해 완전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생보사들은 상품 취급을 중단하거나 확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신한라이프는 지난달부터 전속설계사 채널에서 달러종신보험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는 GA 채널에서도 해당 상품 판매를 중지한 상태다. DGB생명도 지난 4월부터 달러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생명은 2020년 달러종신보험을 출시한 이후 추가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향후 계획도 없다는 설명이다. 

보험권은 외화 관리 수준 차이와 관련 상품 비중이 달라 국내외 업체 간 온도차가 극명하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사들은 달러보험 비중이 미미해 굳이 리스크를 안고 해당 상품 판매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반면 외자계 보험사들은 달러보험 비중이 20~35%를 차지하고, 그간 외화 자산 운영 경험이 풍부해 달러상품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