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약 없는 아동·청소년 백신 접종, 학부모 '분노' 커진다

2021-06-03 08:16
정부 "3분기 50세 이하 국민 접종 시 아동·청소년 접종 고려"
미국·캐나다 5월부터 12~15세 대상 화이자 백신 접종 권고
전문가 "활동 반경 넓고 다양해 위험성↑…안전성 확보 후 접종"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가 설치된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시민들이 접종실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고령층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동·청소년은 접종 후순위로 밀려 접종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자녀들의 백신 접종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16세 미만 아동·청소년 접종을 승인받은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 유일하다. 앞서 화이자는 지난 3월 미국 내 12~15세 청소년 2260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이들에 대한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100%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16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들만 제한적으로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실제 접종 계획은 가시권에 없다. 코로나19 감염 위험도에 따라 고령층부터 접종한 이후에 가능해질 전망이다. 보건 당국은 50세 이하 일반 국민에 대한 접종이 이뤄질 3분기에 이들 청소년에 대한 접종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허가범위 내에서 16세에서 17세까지 접종대상을 확대하는 부분은 3분기부터 50대 이하 전 국민에 대한 예방접종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확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2~15세 접종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나오지 않아 접종 자체가 불가능하다. 식약처는 해외와 마찬가지로 16세 이상에만 화이자 백신 접종을 허가했기 때문에 접종 대상 연령을 낮추려면 식약처 허가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김 반장은 "각국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 확대) 허가 변경 요청과 자료 제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한국 화이자가 자료 준비 후 허가변경 신청을 하면 식약처에서 임상시험 근거 등을 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과 수능을 준비하는 재수생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은 올여름 진행될 예정이다.

김 반장은 "고3 학생에 대해서는 교육 당국과 협의해 방학 중인 7~8월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고3 학생, 수능을 준비하는 재수생 등을 포함해 정확한 범위에 대해 별도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를 요구하면서도 여전히 제기되는 백신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며 "16세 미만 아동·청소년도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학부모 중에선 '코로나 사망률보다 백신 접종 사망률이 더 높은 것 같아 백신 접종이 우려된다'며 백신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따라서 부모에게 자녀의 백신 접종 선택권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부 국가에서는 최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접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을 12~15세 청소년에게 사용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당시 "CDC는 이제 이 백신이 해당 연령대 인구에서 사용되고,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이 이들에게 곧장 접종하기 시작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CDC 자문기구 ACIP는 같은 날 표결 절차를 거쳐 찬성 14, 반대 0, 기권 1표로 화이자 백신을 12~15세 청소년에게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보다 앞서 캐나다는 지난달 5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을 12~15세에게도 접종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승인이) 어린이들이 일상생활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는 아동·청소년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가 국내 집단 면역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 접종에 대한 안정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시간을 갖고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모든 국민이 똑같이 접종하는 것이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 필요하기에 아동·청소년 백신 접종도 이뤄져야 한다"며 "청소년의 행동 반경은 고령층과 비교해 훨씬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청소년이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이 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청소년 백신 접종에 대한 대책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다만 청소년에게선 위중증이 나타나지 않고 쉽게 치료가 되는 경향이 있고, 백신 임상 3상에서 이들에 대한 결과가 없다 보니 접종 후순위로 밀린 것"이라며 "당장은 고위험군부터 접종하는 것이 적절하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서 백신 접종의 여유가 생기고, 아동·청소년 접종의 의학적 근거가 생기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