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더기 증거 추가에…재판부 "檢 필요성 증명해야 인정"

2021-05-21 00:00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20일 4차 공판
'잘 모르겠다·기억 안난다' 또 맹탕신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사진=SK네트웍스 제공]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네 번째 재판에서도 검찰이 재판 중에 무더기로 제출한 증인들 진술조서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피고인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최 회장 측 변호인 주장에 재판부는 검찰이 정당한 이유를 증명한 조서만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회장에 대한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에 앞서 20여분에 걸쳐 검찰이 추가 제출한 진술조서 40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세 번째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최 회장 기소 후 참고인들을 조사한 진술조서 40개를 새로 제출했다. 조사 대상자는 이 재판 증인이자 일부는 피의자여서 논란이 됐다.

유영근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될지 참고인일지 불안한 증인들 조서가 증거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한 뒤 "검찰이 이들을 최 회장 기소 후에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명해야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했다. 

이어 "추가증거 40대 모두를 일률 판단하지 않고, 검찰이 조사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 증명하면 그때그때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 근거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을 제시했다. 이 조항은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진술조서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아래에서 행해졌다고 증명된 때에 한해'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이날 증인신문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열렸다. 오전에는 허신 전 SKC 사외이사, 오후에는 김일훈 전 SKC 법무팀 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허 전 이사에게 모회사인 SKC가 자회사인 SK텔레시스에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할 당시 최 회장 지시가 있었는지 물었다. 그러나 허 전 이사는 "잘 모르겠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 회장이 만든 골프장 개발 회사인 앤츠개발에 대해서도 "나중에 (설립 사실을) 들었다"면서 "설립자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2006~2019년 SKC 법무팀에서 근무한 김 전 차장도 유상증자 과정에 최 회장 지시가 있었냐는 검찰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앤츠개발과 관련해서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최 회장은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과 가족·친인척 허위 급여,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등을 명목으로 SK네트웍스·SKC·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서 2235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