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비은행' 이용 중산층, 신용대출 한도 확 줄어든다

2021-05-05 19:00
DSR 산정 만기 10→5년 단계적 단축
1금융·저축은행·상호금융·카드사 포함
DSR 비율 규제도 강화...한도 대폭 축소

[그래픽=아주경제]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신용대출 한도가 앞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비은행 신용대출 만기를 단계적으로 단축하면서다. 은행 대출 한도를 꽉 채워 2금융 회사에서도 돈을 빌리는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DSR 산정만기 내년 7월부터 5년 적용
금융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신용대출 DSR 산정 만기는 현행 10년에서 오는 7월 7년으로, 내년 7월에는 5년으로 하향 조정된다. 여기에는 은행 신용대출은 물론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 신용대출도 포함된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경우 신용카드사가 비회원을 대상으로 취급하는 신용대출이 대상이다. 마이너스론을 비롯한 카드론은 당국의 대출 분류상 '기타대출'에 해당돼 이 규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비은행 신용대출 가운데 300만원 이하 소액 대출 건도 대상에서 빠진다.

DSR 산정 만기 축소 조치는 실제 만기대로 신용대출 한도를 책정하라는 취지에서 나왔다. 은행 신용대출은 1년, 저축은행은 3~5년 단위로 계약하지만 DSR 계산 시에는 만기를 10년으로 잡는다. 카드사의 비회원 신용대출도 1년 계약에 10년 산정 만기를 적용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가계 신용대출 평균 만기는 52개월이다. 실제 돈 빌리는 기간은 4~5년인데, DSR 계산 때는 10년이 적용돼 한도가 늘어나는 셈이다. '연봉 대비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라'는 DSR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

DSR은 연소득 대비 연간 갚아야 하는 모든 빚의 원리금(원금+이자) 비율이다. 같은 돈을 동일한 금리로 빌린다면 만기가 짧을수록 연간 갚아야 하는 돈이 늘어난다. 그만큼 DSR은 높아지고, 추가로 빌릴 수 있는 여력은 떨어지게 된다.

2금융 신용대출 한도는 내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DSR 산정 만기가 현행 10년에서 5년으로 반토막 나는 데다, '차주별' DSR 비율 규제도 크게 강화되면서다.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으면 신규 대출에 대해 DSR 규제를 받게 된다. 비은행 DSR 규제 비율은 60%다. 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연간 원리금으로 3000만원을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2023년 7월부터는 DSR 규제 대상이 1억원 초과 대출 건으로 더 확대된다.
 
저축은행 우량 차주 시뮬레이션해 보니
금융권은 은행에서도 돈을 빌릴 수 있는 중산층에 영향이 크게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에서 가능한 만큼 돈을 빌리고 2금융권까지 넘어온 차주들의 한도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컨대 연봉이 5000만원인 차주 A씨가 은행 주택담보대출 2억원(연 3%, 30년 만기)과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5000만원(연 4%)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라면 A씨는 은행에서 추가로 3500만원을 빌리고도 DSR 규제(40%)를 맞출 수 있다. 여기에 연 15% 금리로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신청하면 5000만원까지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오는 7월 이후에는 은행에서 1200만원만 추가 대출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2금융권에서 빌려야 한다. 같은 금리(15%)로 대출받는다면 한도는 4200만원으로 현재보다 800만원 줄어든다. 내년 7월부터는 은행 대출이 불가능해진다.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신청하더라도 한도는 3100만원이다. 현재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보다 400만원,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가능한 한도보다는 5400만원 적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이용 차주는 경우가 워낙 다양해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은행 한도를 모두 채우고 넘어온 고객이 적지 않다"며 "이들 차주는 이번 대책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층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 같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