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의 뒤끝 한방] 존경하는 판사님, 최성해 믿을만한 증인 맞습니까
"최성해는 2019년 8월 말경 또는 같은 해 9월 초순경 전화 통화를 하던 중 정경심으로부터 1차 표창장 발급을 위임했다는 말을 듣고 딸에게 1차 표창장이 수여된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최성해의 위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최성해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허위진술을 할만한 사유가 발견되지 않음으로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1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최성해 전 총장에 대해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한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를 법정 구속하면서 '피고인(정 교수)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입시 비리를 진술한 사람들이 정치적·개인적 목적을 위해 허위주장을 했다고 함으로써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표창장 위조' 핵심 증인이었던 최 전 총장은 지난해 3월 30일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그는 표창장 위조 관련 인지 시점을 두고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에만 △언론 보도를 보고 △압수수색 때문에 △직원이 물어서라며 3번 말을 바꾼다.
검찰 : (정 교수 딸) 조민 검찰 조사 시 표창장을 받은 경위에 관해 정 교수가 건네주면서 "총장님이 너 수고했다고 주시는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는데 혹시 증인이 이런 취지로 표창장을 수여한 적 있습니까?
최성해 전 총장(이하 최성해) : 표창장 수여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검찰 : 조민에 대한 표창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입니까?
최성해 :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최 전 총장이 검찰의 첫 번째 질문에서 인지한 시점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당시 재판에서는 인지 시점을 두고 여러 차례 질문이 다시 등장하는데, 최 전 총장은 같은 내용을 묻는 변호인 질문에는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변호인 : 언론을 통해서 최초로 알게 되었다 맞습니까?
최성해 : 네.
(중략)
변호인 : 압수수색 나오기 전에 알지 않았습니까?
최성해 : 압수수색 나오기 전에 알았고, 그다음 그 이후에는 그 전이라고 해봤자 한 하루 이틀 상간입니다.
변호인 : 그때는 언론에 안 나왔었는데 어떤 경위를 통해서 알게 됐습니까?
최성해 : 제가 처음 봤던 것은 우리 직원이 압수수색 나왔을 때 표창장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표창장과 관련한 보도가 처음 나온 시점은 2019년 9월 3일이다. 압수수색이 진행된 시점도 같은 날이다. 변호인이 재차 물어보자 최 전 총장은 검찰이 질문할 때 나왔던 대답을 뒤집고 언론 보도 이전에 알았다고 말을 바꾼다.
그러면서 최 전 총장은 '고위직이 아닌 어떤 직원'이 표창장을 발급해준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고 증언한다.
변호사 : 그것은 압수수색 때 이야기고, 그 전에 알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직원 누구를 통해서 알았나요?
최성해 : 보고 형식도 아니고, 그냥 들었습니다.
(중략)
변호사 :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놀랐을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날 리가 없을 거 같습니다.
최성해 : 저한테 총장님 표창장 발행했느냐고 물어봅디다.
변호사 : 누가 물어봤죠?
최성해 : 직원이요.
최 전 총장 증언을 종합해보면 누군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론 보도 이전에 동양대 직원은 표창장 발급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재판부 판단처럼 구체적이지도, 일관되지도 않을뿐더러 보도나 정 교수 전화를 통해서 처음 인지한 것도 아니란 것이다.
이런 증언은 황당한 결과로 이어진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13년 6월 중순경 서울특별시 서초구 주거지에서 아들 상장을 캡처, 하단부를 오려 붙이는 형식으로 딸의 표창장을 제작했다.
핵심은 '자택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 전 총장 발언을 두고 보면, 검찰 조사를 받거나(2019년 9월 4일) 언론 보도 이전에 동양대 직원들이 정 교수가 집에서 만든 표창장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모순적인 결론이 나온다.
오히려 재판이 진행될 당시 최 전 총장은 '상장대장'을 언급하며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4년 이전 발급 현황을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되물었고, 최 전 총장은 "폐기됐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답답한 변호인도 "그렇다면 현재 존재하는 상장대장이 각각 그 시기에 업무 절차에 따라 맞춰 제대로 기재됐는지 아니면 사후에 작성됐는지 어떻게 아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 전 총장은 "사후에 별도로"라고 답변했다.
종합하면 최 전 총장은 자신이 직접 상장에 나와 있는 일련번호 등을 확인한 적이 없다.
2014년 이전 상장 대장과 관련한 자료들이 남아있지 않아 정 교수에게 직접 듣지 않았다면 최 전 총장이 알 수 없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은 2019년 9월 4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상장 발부 대장에 (조 후보자 딸) 이름이 없다. 상장 대장은 소각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 역시 2011년부터 대장을 다 확인해 봤다"고 말했다.
본지가 확보한 최 전 총장 녹취록에는 이 발언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등장한다. 이 녹취록은 재판에도 제출됐다.
녹취록에서 최 전 총장 최측근인 정모씨는 "상장대장을 영구히 보존해야 하는데 불로 다 태워버렸다"고 했다. 재판에 이르기까지 나온 최 전 총장 발언은 물론 주변인들 발언, 법정 증언들이 상호 모순되는 상황이다.
최 전 총장이 일관적·구체적이며,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허위진술을 할만한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재판부 판단에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