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정치개혁 대제언] MZ세대 "촛불이 만든 文정부에 실망...새로운 정치 필요"

2021-04-07 03:00
<8>[좌담] MZ세대가 원하는 한국 정치
탄핵·세월호 기점으로 정치에 눈 뜬 세대
"한국 정치, 그들만의 리그인 게 문제야"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된 좌담에 참여한 MZ세대들. 왼쪽 시계 방향으로 권혁진, 최미정, 김민진, 한채훈, 조아라 기자, 곽재신, 김혜연, 이겨레, 최신형 정치사회부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좌담 진행=최신형 정치사회부장, 정리=조아라 기자] 4·7 재·보궐선거의 날이 밝았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여당을 향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분노가 크다. 앞서 MZ세대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와 부당하고 올바르지 않다고 느낀 현실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바꾼 경험이 있다.

그러나 촛불이 상징했던 공정과 정의가 문재인 정권 들어 무너지면서 MZ세대들의 분노가 커졌다. 이에 본지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MZ세대를 대표하는 청년 6명을 만나 그들이 원하는 한국 정치에 대해 들어봤다.

◆탄핵·세월호 기점으로 정치에 눈 뜬 MZ세대
 

권혁진 한국청년거버넌스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회자:  한국 정치 위기론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명암도 극명하다. 다이내믹한 코리아부터 피아의 갈등 등 극단적 평가를 받고 있다. 첫째 질문은 '나는 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가'다. 

권혁진: "촛불. 광화문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었던 봄이 찾아왔다. 이 계절의 아픔 때문에 촛불혁명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최미정: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처음으로 탄핵을 당한 사람이니까 기억에 많이 남는다."

김민진: "코로나 백신 때문에 말이 많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대처한 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곽재신: "세월호 참사. 지금 20대 청년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국가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김혜연: "촛불혁명. 처음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게 19살에서 막 20살이 됐을 때의 촛불혁명 때문이다. 그때 각인된 이미지가 크다."

이겨레: "민주주의. 미얀마 시민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촛불혁명에서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게 보인다."
 

아주경제 '뉴노멀 시대 정치개혁 대제언' 기획에 참여한 최미정씨. 청년 좌담에 함께한 MZ세대 중 유일한 10대였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권이다. 하지만 시대적 과제는 여전히 미완성인 채 남아 있다. 민심 이반이 일어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MZ세대의 비토가 커지면서 '20대 보수화'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권혁진: "우리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었다. 다른 세대와는 달리 '내가 만든 대통령'이라는 생각으로 정치를 바라봤다. 그런데 조국 사태 등 현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문제가 된 입시비리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김혜연: "20살 때 대선이 있었다. 그때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좀 달라졌다고 느껴진다. 20대는 박탈감에 의한 변심이 가장 크다. 입시나 부동산 비리 등 그들만의 리그 때문에 생긴 박탈감 때문이다."

◆MZ세대가 본 韓정치··· ​"그들만의 리그"
 

아주경제 '뉴노멀 시대 정치개혁 대제언' 기획에 참여한 김민진씨.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 시점에서 던지는 질문은 '나에게 혹은 내가 본 정치란 무엇인가'다.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좋다.

권혁진: "정치란 '그들만의 리그'다."

김혜연: "저도 정치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가져야 그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미정: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정치다."

김민진: "정치는 권력남용이다. 지금 정부는 권력을 남용해 의사나 간호사를 공공재로 보고 싸게 취급하고 있다."

곽재신: "정치는 사기다. 국민을 팔지 않는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 여야 모두 자신들의 이해관계나 재집권, 재선 등을 위해 행동한다." 

이겨레: "정치는 공익추구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행정을 통해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본다."
 

아주경제 '뉴노멀 시대 정치개혁 대제언' 기획에 참여한 한채훈씨.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선거 때마다 MZ세대와 묶이는 것이 '세대 투표론'이다. 이는 '20대 우경화' 논쟁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의제인데, 이번에는 어떻게 전망하나. 주변 MZ세대의 재·보선 관심도 등과 같이 말해 달라.

최미정: "재·보선에서 누구 뽑을 거냐고 물어보면 뽑을 사람 없다는 답변이 가장 많다. 차라리 허경영을 뽑자는 답변도 나온다. 20대 투표율은 그렇게 높지 않을 것 같다."

김민진: "투표율이 별로 높지 않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선거에 관한 관심도 거의 없어졌다. 심지어 선거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곽재신: "박영선 후보가 청년들에게 '데이터 5기가 주겠다', '교통비 지원하겠다'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 매표행위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이런 것에 좌지우지되는 청년으로 보는 건가."

이겨레: '민주당이 잘못해서 하는 선거인 만큼 20대 투표율 낮을 것이다. 20대가 투표한다고 가정했을 때, 박영선·오세훈 후보가 비등비등한 접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MZ세대 "다양성 존중받는 사회 만들어야"
 

아주경제 '뉴노멀 시대 정치개혁 대제언' 기획에 참여한 곽재신씨.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 정치의 위기론 때문에 포스트 신(新)질서를 만드는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MZ세대의 생각이 궁금하다.

김민진: "정치인들이 아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에 대한 정책을 많이 내놔야 한다고 본다. 게임 셧다운제도도 40~50대 학부모의 표를 얻을 생각만 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학생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을 보면서 크다 보니까 정치에 대한 반감이 커지게 된다. 학생들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곽재신: "기초공천제는 폐지돼야 한다. 1991년에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면서 지방자치가 부활했지만, 현실은 도의원과 시의원 줄 세우기다. 기초공천제를 폐지해서 현안을 잘 아는 사람이 정치인이 돼야 한다. 풀뿌리 인재들이 등용되고 시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들이 중앙당과 대통령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겨레: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아니라 미국처럼 4년 중임제로 가야 한다.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이나 제도는 바로 사라진다. 효과를 보기도 전에 사라지니까 좋지 않다. 또 서울 등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지방자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개헌이 필요하다."
 

아주경제 '뉴노멀 시대 정치개혁 대제언' 기획에 참여한 김혜연씨.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MZ세대는 한국 사회의 미래다. MZ가 원하는 한국 정치나 사회상이 궁금하다. 

이겨레: "복지국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원한다. 국가가 지속해서 기본적인 의식주라도 보장해주면 나라는 발전할 수 있다.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주면 청년들이 뜻을 펼칠 수 있다고 본다."

김혜연: "다양성이 존중되는 게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너무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이나 소수자, 장애인 등에 대한 시각이 너무 빈약하다. 동물권도 마찬가지다. 소수가 보호받는 사회가 필요하다."

김민진: "학생들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 정치를 보면 노후대책은 충분히 됐다고 생각한다. 교육권이 개선됐으면 좋겠다."

최미정: "지금 정치를 보면 40~50대가 이끌어 나간다. 앞으로의 미래는 청소년인데, 40~50대가 만든 틀에 갇혀서 교육이 이뤄지면 바뀌는 게 아무것도 없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권혁진: "한국 정치는 내가 도전하지 못하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이나 돈이 없어도 정치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각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비례대표가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곽재신: "정치인들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 드러나게 돼 있다. 진실한 마음으로 정치에 임해줬으면 한다."
 

아주경제 '뉴노멀 시대 정치개혁 대제언' 기획에 참여한 이겨레씨.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