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동운동에 정치구호 쓰죠?"...MZ세대, 노조문화 개선한다

2023-02-15 16:16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MZ노조 부의장 인터뷰
"노조, 권익 향상 목적이어야...불합리함 개선 차원"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오른쪽 셋째)이 지난해 12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관계자들과 서울역 공항철도 회의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올바른노조]

"그걸요?" "제가요?" "왜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에게 일을 시키면 돌아온다는 '3개의 질문'이다. 최근 미디어에서는 무선 이어폰을 끼고 근무하는가 하면, 이른바 '칼퇴'를 당연한 권리로 의식하는 MZ세대 근로자의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경영계는 3개의 질문을 '3요 주의보'라고 부르며 MZ세대 노동문화에 대한 대응 방안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상 못한 MZ 노동자 대답에 기성세대 반응 엇갈려"
본지는 지난 14일 합정역 근처에서 MZ세대가 주축이 돼 만든 서울교통공사 '올(All)바른노조'의 송시영 위원장을 만나 2030세대 노동 문화의 특징에 대해 물었다. 송 위원장은 웃으며 '3요' 중 특히 '왜요'에 공감했다. 젊은 세대는 상사의 지시를 받으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숨기지 않고 반문한다는 것이 송 위원장의 진단이다.
 
송 위원장은 "MZ세대 근로자의 의사표현은 확실히 기성세대와 다르다"며 "기성세대는 업무 지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만, MZ세대는 불합리하거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바로 표현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례로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공공기관이다 보니 정말 쓸데없는 행정 절차가 많은데, 그런 일을 시키면 '이런 걸 줄이고 핵심적인 일을 하자'고 주장한다"고 부연했다.
 
MZ세대의 이런 반문에 기성세대의 첫 반응은 '당혹'이다. 송 위원장은 "흔히들 말하는 '라떼는' 표현을 사용하며 본인 때는 하라면 군말 없이 했는데 '이걸 왜 하냐'는 반문이 돌아오니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MZ 근로자의 예상치 못한 대답을 존중하는 어른이 있는 반면, 반항으로 받아들이는 어른도 있다는 것이 송 위원장의 말이다.
 
"노조, 정치적 구호 외쳐선 안 돼...권익 향상에 집중해야"
그는 현재와 미래 노동시장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노동조합의 본질에 충실한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로 출범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협의회) 부의장이기도 하다. 협의회는 올바른노조를 비롯해 LG전자 '사람 중심 사무직 노조', 한국가스공사 '더 KOGAS 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 등 8곳이 모인 단체로, MZ세대 젊은 세대가 주축이 돼 'MZ노조'라고 불린다.

MZ노조는 정치적 구호 없이 노동자 입장을 대변할 계획이다. 송 위원장은 "노조는 반드시 필요한 단체인데, 국민 인식이 안 좋다"며 "노조의 본질은 노조원의 권익 향상인데, 그와 무관한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시위를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 인식 개선을 위해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나갈 구상을 세웠다. 그는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불합리함을 알리는 게 시위의 본 목적"이라며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주먹을 휘두르는 방법이 아닌 그 목적에 맞는 방법을 찾아나가겠다"고 전했다.

송 위원장은 공정연대가 과거 개최한 '공정문화 콘서트'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자부했다. 그는 "(콘서트에서) 대중을 초대해 공정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취준생 참석자를 대상으로 현직자인 노조원이 취업 컨설팅을 진행했다"며 "이목도 끌었고 부당함도 전달해 노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송 위원장은 MZ노조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손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하나의 사업장 내 복수노조 설립을 인정하되 교섭의 편의를 위해 교섭창구는 단일화하도록 한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때문에 사측이 굳이 MZ노조와 교섭을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송 위원장은 "협의회 소속 노조가 대부분 신생 노조로 교섭권이 없다"며 "그런 부분의 제도 개선이 이뤄져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고 노사가 같이 상생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