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조 라면 왕국’ 세운 신춘호 농심 회장 별세
2021-03-27 09:38
향년 92세…1965년 농심 창업해 신라면·짜파게티 등 제품 개발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27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농심은 “신 회장이 이날 오전 3시 38분께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1930년 12월 1일 울산에서 태어났다.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1965년 농심을 창업했다. 신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짜파게티, 새우깡 등 스테디셀러는 신 회장의 대표작이다. ‘식품업의 본질은 맛과 품질’이라는 신 회장의 원칙이 고스란히 묻어난 제품들이다.
투자와 기술 개발이 농심을 업계 1위 기업으로 올렸다. 1965년 첫 라면을 생산한 해에 라면 연구소를 세웠다. 서울 대방공장을 시작으로 안양공장, 부산 사상공장, 구미공장 등을 첨단 식품 생산기지로 삼았다. 해외 중점 국가인 미국, 중국에도 대규모 공장을 짓기도 했다.
신 회장은 ‘작명의 왕’으로 유명하다. 신라면뿐만 아니라 ‘깡 시리즈’ 등 농심 제품 대부분의 이름이 신 회장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우깡은 막내딸의 발음에서 착안해 아이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깡을 붙여 시리즈로 만들었다고 한다. ‘너구리 한마리 몰고 가세요’,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등 여전히 농심을 대표하는 상품의 카피 역시 많은 부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92세의 고령인 신 회장은 최근까지 회사 현안을 직접 챙겼다. 농심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국내외 사업을 상승 궤도에 올렸다. 이는 신 회장 퇴임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500만원으로 2조원의 회사를 일궈냈다. 농심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를 입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6% 증가한 2조6398억원, 영업이익은 103.4% 늘어난 1603억원이다. 당기순이익도 109.7% 급증한 149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외 주력 사업인 라면 매출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해외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신 회장은 1971년 라면 수출을 시작으로 1980년대부터 수출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1981년 일본 도쿄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다. 1996년에는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 공장을 지었다. 2005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공장을 완공했다. 올해에는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제2공장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농심은 현재 세계 100여개국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신 회장은 슬하에 3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을,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을,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를 맡고 있다. 신 회장의 별세로 신 부회장이 곧 농심 차기 회장에 오를 전망이다.
신 회장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차려진다.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5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