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치테마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할 때

2021-03-10 23:32

양성모 증권부 기자 [사진=아주경제DB]

“코스닥 시장은 믿을 수가 없어 무서워서 하기가 싫다.”

최근에 만난 한 개인 투자자가 꺼낸 말이다.

코스닥이 종가기준으로 천(1000)스닥 돌파가 눈앞에 있었지만 결국 고지를 밟지 못했다. 시장에 만연한 불신이 이유라면 이유다. 최근 정치테마주를 보면 불신의 골이 왜 생기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사표를 제출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테마주만 봐도 그렇다.

다른 투자자는 최근 태마주 급등락 양상을 보며 “기가막힌다”라고 말했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에 묶이면서 급등락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진바이오텍을 보자. 지난 8일 주가가 17% 이상 급등했다. 본사 위치가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에 위치해 있는데 해당 지역은 ‘파평 윤씨’ 집성촌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집성촌과 회사의 사업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여러모로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웅진도 테마에 올라타 널뛰기 행보를 보였다. 윤석금 회장이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게 이유라고 한다. 4일과 5일 상한가를 기록했던 NE능률도 최대주주가 파평 윤씨다.

이같은 문제를 방조하는 건 한국거래소와 해당 기업들도 문제다. 테마주에 올라타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종목이 되는데도 관계가 없다며 스스로 강하게 부정하거나 공시를 별도로 내놓지 않는다. 주가가 오르면 주주들이나 기업 당사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인 것은 알지만 피해를 보는 주주들은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윤석열 테마에 올라탄 한 기업에 문의한 결과 ‘긁어 부스럼을 내기 싫다’는 답변만 받았다. 주가가 오르는데 찬물을 끼얹기도 싫고 주주들의 항의도 부담이 된다는 게 이유다.

거래소 역시 이들 테마주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는 모습이다. 그나마 NE능률의 경우 답변공시를 통해 윤 전 총장과의 관계를 부인했지만 주가는 10일 이날도 10%에 가까운 상승률을 나타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이 늘면서 판이 바뀌었다는 표현들을 많이 쓴다. 하지만 최근 정치테마주들을 보면 바뀐 판은 속된말로 ‘아사리판’이라고 말하고 싶다.

코스닥이 자본시장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도박판이 되고 있다. 시장의 활성화가 문제도 필요하지만 건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불건전행위에 대한 발본색원 의지와 불건전 매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