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대의 탄생?] ①"소득 -3%·연간 GDP -1.5%"...15억 청소년의 '코로나 휴학 그림자'

2021-03-05 07:30

#. 원격수업으로 시험을 치고 있던 프랑스의 학교 학급에서 한 학생이 갑작스레 화면 밖으로 나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학급 친구들은 당황했다. 선생님이 어찌된 영문인지 묻자, 학생은 흐느끼며 문제를 말했다.

당시 선생님은 문서 파일을 화면에 띄워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쯤이면 문제지 앞 부분을 모두 풀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문서를 밑으로 내렸지만, 이 학생은 아직 그 부분의 문제를 채 풀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당황한 학생은 손을 들고 선생님께 알리려 했지만, 선생님은 이를 미처 눈치 채지 못하고 시험을 계속 진행했던 것이다.


이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홈스쿨링의 괴로운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소개한 원격수업 사례다. 기사는 "코로나19 사태로 휴학 상태에 처했던 청소년들은 종말에 가까운(apocalyptic) 위기에 맞았다"고 진단하며 홈스쿨링의 부족함을 역설했다.
 

원격수업 모습.[사진=AP·연합뉴스]


FT는 휴교 상태인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악화하고 여성들의 육아 부담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학습 능력과 향후 경제활동 기대 결과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며 우려를 피력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소속 사회학 연구원인 페르 엔그젤은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봉쇄령으로 8주 간 휴교했던 학교 학생들의 사례를 분석한 논문에서 "네덜란드 내 학교들은 가벼운 봉쇄 상태와 우수한 원격학습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는 끔찍했다"면서 "학교에 나가지 않는 동안 평균적으로 아이들은 전혀 진전이 없었다. 운 좋은 아이들은 무언가를 조금 배웠고, 불리한 아이들은 실제로 퇴보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청소년들에 대한 코로나19 휴학의 악영향은 실제 연구결과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3일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는 전 세계 어린이 중 약 1억6800만명이 거의 1년 가까이 학교에 가지 못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어린이 7명 중 1명 꼴로, 이들은 코로나19로 학습 시간의 4분의 3 이상을 놓쳤다.

앞서 지난해 9월 보다 광범위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상반기 한 학기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한 초등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1~12학년)에 해당하는 청소년 전체의 숫자가 전 세계에서 15억명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 세계 전체 학생의 80% 수준이다.
 

지난해 봄학기 각국의 휴교 일수.[자료=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습 손실의 경제적 충격'이란 제목의 해당 연구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에릭 하누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루트거 뵈스만 독일 뮌헨대 교수는 한 학기 동안 학교가 폐쇄한 여파로 1~12학년에 해당하는 청소년 세대는 향후 평생 동안 다른 세대보다 기대 소득이 3%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여파에 향후 반세기 동안 각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평균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매년 미국에서만 14조2000만 달러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해당 연구는 9월 가을학기 등교 재개를 전제로 6개월 동안의 영향 만을 분석한 것으로 등교가 늦어질 수록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재봉쇄 수준의 확산세 맞은 미국과 유럽 등은 지난 가을학기 등교 재개도 실패해 향후 잠재적인 경제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휴교에 따른 청소년들의 학습 성취도 부진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미국 전역의 학력평가 결과를 분석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 결과 미국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읽기와 수학 능력은 평균적으로 각각 20%와 33%나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원격수업 인프라가 부족한 학군에 거주하는 경우가 더 많은 유색인종 학생의 경우 같은 기간 읽기와 수학 능력은 23%와 41%가 하락했다.
 

코로나19 휴교 수준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손실 규모 추정치(위)와 각국의 손실 규모 추정치(아래).[자료=경제협력개발기구(OE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