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선 끝낸 하나금융, '포스트 김정태' 찾기 나선다

2021-02-25 22:17

하나금융그룹이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모두 마쳤다. 김정태 회장의 연임으로 1년의 시간을 번 하나금융은 앞으로 '포스트 김정태' 육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회의를 열고 핵심 계열사 CEO 후보를 추천했다. 임추위에는 김정태 회장과 윤성복 이사회 의장,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양동훈 동국대 교수 등 3명의 사외이사까지 총 4명이 참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나은행장 후보로 추천된 박성호 디지털리테일그룹 부행장이다. 지성규 현 행장의 연임이 무난할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깜짝 발탁'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15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 최종 후보자 4명 중 1명으로 박 부행장을 선정했을 때부터 차기 행장으로 낙점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임추위 측은 박 부행장이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과 하나금융티아이에서 CEO를 역임한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CEO를 교체했다. 임추위는 이은형 하나금융 부회장을 하나금투 대표로 선임했다. 이진국 현 대표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주식 선행매매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점이 교체 사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하나금융의 후계 구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김 회장이 앞으로 1년간 연임하게 된 만큼 그 안에 차기 회장 후보자군을 육성,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 행장과 이진국 대표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3명의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진국 대표와 이은형 하나금투 대표 내정자가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함영주 부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을 이끄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지 행장이 행장의 임기를 마친 뒤 부회장직으로 지주사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고, 행장 재임 중 실적 또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2년 임기를 부여하고 1년을 연장하는 은행권 관행을 고려하면, 첫 임기를 끝낸 지 행장에게 다른 중책을 맡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 행장이 하나금융지주로 소속을 옮길 경우 차기 회장 후계 구도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함 부회장과 이진국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낼 경우 다시 회장 후보 '0순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1956년인 이들 2명은 내년에 만 66세가 된다. 만 70세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규 때문에 아예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지 행장과 함께 박 부행장이 회장 후보군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