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H' 바람...한화·효성·GS, 승계경쟁 뜨거워진다

2021-02-08 06:00
한화, 김동관·김동원·김동선...태양광-금융-에너지 신사업발굴 박차
효성, 조현준·조현상 '투톱체제' 될 듯...조석래 명예회장 지분승계 초읽기
GS, 4세 중에서는 허세홍·허윤홍 두각

재계에 새로운 ‘에이치(H)’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4대 그룹 세대교체 마무리 후, 올해 들어서는 한화·효성·GS에서 차기 그룹 후계자를 둔 승계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왼쪽부터)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 [사진=한화그룹 제공]

◆한화('H'anwha), 김승연 회장 복귀와 삼형제의 신사업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재계 경영승계 키워드는 ‘뉴(NEW) H’로 정리된다.

먼저  한화그룹은 3월 김승연 회장의 복귀가 점쳐지는 가운데 올해부터 삼형제의 경영성과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지난해 9월 부사장에서 승진하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가 11월 상무에서 승진한 데 이어, 12월에는 삼남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가 4년 만에 그룹에 복귀하면서 무대는 마련됐다. 

태양광, 금융, 에너지 분양에서 한 자리씩 차지한 삼 형제는 김 회장이 복귀하면서 경영 보폭을 더욱 넓힐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2월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미국 수소탱크업체 시마론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향후 5년간 한화솔루션에만 2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미국과 유럽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공략해 2025년까지 매출 21조원, 영업이익 2조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 전무도 금융부문 신사업 발굴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최근 전략부문과 신사업 부문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김 전무는 신설 전략부문장을 겸임한다. 그는 향후 회사 가치증대, 해외진출, 신사업 발굴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선봉을 맡게 된다.

김 상무보는 한화에너지의 글로벌 사업 확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너지는 지난달 14일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과 손잡고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한화종합화학이 지난달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삼형제의 경영승계 본격화에 힘을 싣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지배구조는 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종합화학으로 이어진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와 함께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분은 김 사장이 50%, 김 전무, 김 상무보가 각각 25%씩 소유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IPO가 마무리되면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의 재무구조와 경영 성과가 개선되고 더불어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삼형제의 지분 가치가 늘어나 그룹 승계가 용이하게 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사진=효성그룹 제공]

◆효성('H'yosung), 형제 공동경영 가나?...조석래 회장의 의중 주목

효성에서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지난 4일 사장에서 승진하면서 그룹의 '투톱'으로 올라섰다. 형인 조현준 회장과 경쟁할 수 있는 자리에 올라선 셈이다. 

재계에서는 조 부회장의 승진으로 승계 절차가 한 단계 더 진행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조 명예회장의 지분승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주사 ㈜효성의 지분은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각각 21.94%, 21.42%를 갖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9.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이 한 명에게 지분을 몰아주기보다는 두 형제에게 비슷한 수준을 나눠주면서 공동경영 체제를 완성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 이외에도 효성티앤씨 지분 8.19%, 효성첨단소재 지분 10.18%, 효성중공업 지분 10.18%, 효성화학 지분 6.7%를 소유하고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왼쪽)과 허윤홍 GS건설 사장. [사진=각사 제공]

◆정통강자vs라이징스타...허('H'uh)세홍·허윤홍 2파전

GS그룹은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취임 2년 차인 이른 시기에도 오너일가 4세 간의 승계경쟁이 시작됐다.

한 GS 오너일가 관계자에 따르면 GS그룹은 그룹총수가 후계자를 지목하는 방식이 아닌 오너일가 회의를 통해 그룹 회장이 정해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지주사 ㈜GS의 지분은 51.94%를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법인포함) 54명이 나눠서 갖고있다. 최대주주는 지분 5.26%를 갖고 있는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다.

현(現) 회장의 의중만으로는 그룹 회장에 오르기 힘든 구조다. 가족들의 지지를 받는 데에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경영성과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배경에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창수 GS건설 회장(GS그룹 명예회장)의 외아들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사장이 4세 중에서는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3세들이 건재해서 경영일선에 있지만 이미 4세들이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어 후보로 언급되기에 이른 시기는 아니라는 것.

일단 형세는 허윤홍 사장이 한 발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숙부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GS건설 주식 110만9180주를 그에게 증여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로 인해 허윤홍 사장의 GS건설 지분율은 기존 0.43%에서 1.81%까지 뛰었으나, 12월 증여분의 일부를 반납해 현재는 1.66%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허윤홍 사장은 지난해 △모듈러 주택사업 △수처리 △2차전지 재활용 △데이터센터 입대업 △스마트양식 △자산운용업 등 신사업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올해는 신사업 자회사 GS이니마 상장까지 추진하고 있다. 

허세홍 사장의 경우는 GS그룹의 4대 주주(2.37%)다.  지난해 코로나19 등 여파로 실적악화를 피하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냄과 동시에 실적개선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