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태'서도 엇갈린 미·중·러…유엔 안보리 합의도 불발

2021-02-03 14:19
美 국무부 미얀마 '쿠데타' 규정, 대외원조 재검토
유엔 안보리 '미얀마 성명' 중·러 이견에 채택 불발
中 환구시보 "美 개입 '불 위에 기름' 사태 더 악화"

소총으로 무장한 미얀마군 병사들이 2일(현지시간) 수도 네피도의 국회의사당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쿠데타를 전격 감행해 1년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입법·사법·행정 전권을 장악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일(이하 현지시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공식 선언에 대응하고자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이견에 부딪혔다.

이번 회의는 유엔 미얀마 특사의 요청으로 안보리 2월 순회 의장국인 영국에 의해 소집됐고, 중국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이뤄졌다.

AP통신은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안보리 15개 회원국이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성명 초안을 작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성명 채택에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 회원국이 작성한 성명 초안을 본국에 보내 검토를 거쳐야 한다며 성명 채택에 이견을 보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에 대한 강경 대응에 목소리를 높이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 달리 이번 쿠데타 사태가 미얀마 내부 문제임을 강조하며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 미국 국무부가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며, 미얀마에 대한 대외원조 재검토와 군부 제재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중국 관영 매체는 3일 ‘쿠데타(政变)’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며 미국이 미얀마의 상황을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국 국무부의 결정에 “불 위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사태를 더 악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얀마군 쿠데타 공식 선언 직후 “중국은 미얀마의 좋은 이웃”이라면서 “미얀마 각 측은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갈등을 적절히 처리하며 정치·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만 말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중 하나인 미얀마와의 경제 통로 구축 강화를 목적으로 미얀마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뿐만 아니라 군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성명 초안에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등 구금된 미얀마 정부 인사 전원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군부를 규탄하는 내용과 함께 이들이 선포한 1년간 비상사태를 철회하고, 모든 당사자에게 민주주의 규범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미얀마에 대한 제재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이번 화상회의에서 “유엔 안보리에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분명한 신호를 즉각적으로 보내야 한다”면서 “안보리의 근본적인 역할은 민주주의가 신속하게 회복되고, 국가가 다시 고립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바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대사는 “유엔 안보리 동료들과 논의는 다음 단계에서 지속될 것이다. (이후에는) 한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회원국 간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