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의 타임캡처]'범 내려온다'신드롬, 3억뷰 정부홍보영상에서 미스트롯 김태연까지
2021-01-31 16:32
한국 신명의 저력을 보여준 유쾌한 문화적 반란
코로나 블루시대 ‘범 내려온다’신드롬, 한국적 신명의 폭발
▶ 작년 한국관광공사가 만든 유튜브 ‘한국의 리듬을 느껴보라(Feel the rhythm of Korea)’란 홍보캠페인이 올 들어 조회수 3억을 넘었다. 서울, 부산, 전주 등 6개도시를 배경으로 만든 이 영상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모호한 무용단)’이 출연했다. 가장 인기를 모은 것은 이날치(그룹 명칭은 19세기 판소리 명창의 이름을 빌린 것이다)의 ‘범 내려온다’에 맞춰 희한한 춤을 추는 장면이다. 선글라스, 한복저고리, 바람막이, 정장, 조선 투구 등 시장바닥 패션과 전통이 기이하게 결합한 의상도 유행에 한몫했다. 코로나 시대에 한국의 관광명소를 잊지 말라는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명승지를 노출한 영상은, 뜻밖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많은 사람들의 ‘따라하기 붐’을 불렀다. ▶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지난 26일부터 ‘범 내려온다’ 민화를 전시하고 있다. 또 지난 주말 TV조선의 ‘미스트롯2’에서는 국악신동으로 불리는 2012년생 김태연이 리더가 되어 ‘범 내려온다’ 가무(歌舞)를 선보였다. 시청률 29.6%였고 포털 검색어를 장악하기도 했다. 가히 ‘범내림’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워보이는 춤과 뜬금없는 ‘범 내려온다’(토끼전으로도 불리는 수궁가의 한 대목) 판소리의 유행을 어떻게 봐야 할까. 토선생(토끼)을 부르려다 실수로 호(虎)선생을 부른 다음의 봉변을 다룬 간 졸이는 노랫말들. 이 호선생은 호열자(虎列刺, 콜레라. 이 말도 중국의 호열랄(虎列剌)을 잘못 읽은 것이다)를 떠오르게 한다. 범처럼 무서운 전염병이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시절 내려와 날뛰는 범은 호열자 대신 호로나(虎怒那, 성난 범을 어쩌나)라 할까. 시련을 겪는 인간은 신명으로 그걸 이겨낸다. 그래서 이 범내림의 노래와 몸짓은 더 유쾌하고 멋져보이는지 모른다. 이상국 편집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