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 차질 잇달아...EU 계약국 반발

2021-01-24 10:29
화이자, 벨기에 공장 증축에 일시 감축...2월 말부터 공급량 증대
아스트라제네카, 변이체 효과 조정·인도 공장 화재로 생산 감축
이탈리아, 양사 모두 법적 대응 예고...오스트리아 등 압력 예고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의 공급이 잇따라 지연하면서 구매 계약국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백신 공급 지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유럽 국가들은 법적 수단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공급 차질 사태가 유럽 지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백신(사진은 모더나 생산분).[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앞서 독일 일간지 빌트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자사의 백신 'AZD1222'의 초도 공급 물량이 계획보다 적어질 것으로 보고했다고 전했고, 이후 회사 측도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로이터는 익명의 EU 관계자를 인용해 1분기 공급량이 종전보다 60% 정도 줄어든 3100만회분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말 EU 산하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AZD1222는 당초 오는 3월까지 유럽 27개국에 8000만회분 공급이 예정해 있었다.

회사 측은 현행 백신을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에 맞게 조정해야 하고 백신 생산을 제휴한 인도 위탁업체에 화재가 발생해 한 주 간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 'BNT-162b2'의 EU 초기 공급량도 줄어든 상태다. EU 집행위는 화이자에 총 6억회분의 백신을 주문했다.

앞서 지난 15일 화이자는 성명을 통해 EU 지역에 공급하는 백신을 생산하는 벨기에 퓌르스 공장의 증축을 위해 1월 말~2월 초 일시적으로 백신 출하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 미시간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미국 공급분엔 차질이 없다.

이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올해 자사 백신의 생산 목표치를 13억회~20억회분으로 종전보다 54% 늘리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월 독일 마르부르크 공장 추가 가동 시기에 맞춰 화이자 측이 현재 유럽 내 백신 공급분을 생산 중인 벨기에 퓌르스 공장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화이자는 이달 25일부터 EU에 약속한 당초 공급 일정을 맞추고 다음 달 15일부턴 공급량을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성명과 상관 없이 올해 1분기 인도 계약을 마친 모든 물량이 차질 없이 배송할 것이라고 보증했고, 독일 보건부는 역시 화이자가 2월 중순까지 충분한 양의 백신 인도를 약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향후 추가 공급에 대한 약속을 하지 못한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올 1분기 공급량이 800만회분에서 340만회분으로 60%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이탈리아 측은 법적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백신 공급량 감축 통보는 심각한 계약 위반"이라면서 "아스트라제네카가 계약 사항을 준수하도록 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모든 법적 수단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서 화이자의 공급량 차질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27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개시한 후 공급받은 물량의 70%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돌프 안쇼버 오스트리아 보건장관도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공급 차질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면서 덴마크·그리스 등 다른 회원국들과 아스트라제네카에 종전 공급량을 맞추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오는 3월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만회분을 배정받았지만, 실제 공급량은 60만회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