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 제판분리 판도 바뀐다]①보험업계, GA 급성장·빅테크기업 보험업 진출에 위기감

2021-01-20 08:00
단일 보험사 상품만으로는 경쟁력 제고 불가능…영업조직 재편 필요

보험업계가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이른바 제판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몇년간 보험사의 실적이 악화한 것과 대조적으로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독립보험대리점(GA)이 급성장한 데 따른 방책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까지 보험업 진출을 서두르면서 기존 영업채널 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20일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주요 생명·손해보험사가 앞다퉈 자회사형 GA를 설립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 금융서비스(주)’(가칭)를 설립한 뒤 보험설계사 조직을 이관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이를 위해 지난달 15일 자회사형 GA인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을 합병했다. 한화생명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4월1일 한화생명 금융서비스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채널혁신추진단을 출범하고 자사 전속설계사 3300여 명을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켜 제판분리를 진행한다. 미래에셋은 오는 3월까지 최종 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신임 대표에는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을 선임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경력 3년 이상의 지점장 약 150명에게 ‘사업가형 지점장’을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앞서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추진하는 GA 자회사도 정규직 직원을 사업가형 지점장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현대해상과 하나손해보험도 자회사 GA 설립을 예고했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제판분리에 나선 이유로는 국내 보험시장 정체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보험영업이익은 생보사가 17조6375억원 손실이고 손보사는 3조1825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GA의 최근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 2019년 상위 중·대형 GA의 신계약 건수는 1461만건으로, 전년(1278만건) 보다 약 14%(183만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대형 GA의 수수료 수입도 약 20%(1조2788억원)이나 올랐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보험업 진출도 보험사들에게는 부담이다. 빅데이터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이들 빅테크 기업이 성장이 정체된 보험시장에 들어올 경우 보험사들의 파이를 뺏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연내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목표로 예비인가 승인·법인 설립·본허가 승인 등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카카오손해보험이 탄생하면 캐롯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에 이어 국내 세번째 디지털 전문 손해보험사가 된다. 네이버도 지난해 7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대리점(GA) 법인을 출범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반면 GA의 성장세는 가파르다"며 "더이상 한 보험사의 상품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과 빅테크 기업의 보험업 진출이 제판분리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