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칼럼] ‘쇼’ 보다는 ‘돈’ 퍼트에 집중하는 亞선수들

2021-01-13 00:00
추아 추 치앙 PGA투어 APAC 이사

환한 미소를 보이는 안병훈.   [사진=PGA투어/게티이미지]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 골프는 몇 미터(m)보다 몇 센티미터(㎝)에서 결정된다는 유명한 말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매주 144명의 선수 중 단 한 명이 우승의 감격을 누린다. 우승을 위해서는 퍼트 수가 중요하다.

그러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예외다. 그는 만화 캐릭터인 '뽀빠이'와 같은 근육으로 투어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시즌 17개의 대회에 출전한 디섐보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쥐고 평균 294m를 날리며 '장타자'로 우뚝 섰다. 이번 시즌 4개의 대회에 출전한 그는 평균 300m를 날리며 지난 시즌보다 긴 거리를 내보내고 있다.

최근 가장 멀리 내보낸 것은 지난 시즌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다. 그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391m를 날렸다. 물론, 운이 좋기도 했다. 날아간 공은 카트 도로를 타고 90m의 이득을 봤다. PGA투어 공식 최장타 기록은 435m로, 2004년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가 보유 중이다. 디섐보와는 44m 차다.

이처럼 오늘날의 골프를 논할 때 힘과 비거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디섐보는 이 공식을 성립시키기 위해 과학적인 분석으로 많은 양의 단백질 셰이크와 스테이크를 섭취했다. 그의 노력으로 지난 시즌 2승에 이어 이번 시즌 메이저(US오픈) 챔피언에 올랐다. 통산으로는 7승이다.

물론 장타왕이 진정한 왕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 세계남자골프랭킹(OWGR) 1위는 여전히 더스틴 존슨(미국)의 몫이다. 디섐보는 5위로 4계단 아래에 있다.

지난주 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로 새해가 시작됐다. 아시아 선수들은 디섐보처럼 드라이버에 집중하지 않았다. 대신 쇼트게임에 초점을 맞추었다. 몇몇 선수들은 "퍼터야말로 캐디백에서 가장 공격적인 무기"라고 입을 모았다.

안병훈(30)은 올해도 생애 첫 PGA투어 우승을 노린다. 뛰어난 볼 스트라이커지만, 종종 퍼트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브래드 팩슨(미국)과 퍼트 연습에 매진했다. 지난 시즌 기록을 보면 티 투 그린은 .580으로 40위, 어라운드 더 그린은 .373으로 14위, 퍼트 부분에서는 -.525로 176위를 기록했다.

안병훈은 "아직도 훈련 중이다. 그린을 읽는 법 등 시각에 대한 능력을 높이는 중이다. 기술보다는 루틴을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4~5일 정도 집중했고, 루틴이 짧고 간단하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라인을 읽는 마쓰야마 히데키와 캐디. [사진=PGA투어/게티이미지]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2017년 WGC-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이후 3년 5개월 만에 승수 추가를 노린다. 안병훈과 마찬가지로 볼 스트라이커다. 티 투 그린은 .433으로 2위, 어라운드 더 티는 .458(5위)로 톱5에 안착했지만, 퍼트는 -.469(170위)로 아쉬움을 남겼다. CBS 골프 해설자이자, 6차례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린 닉 팔도 경(영국)은 "히데키가 퍼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투어에서 1승을 보유한 반정쭝(대만)은 '쇼'보다는 '머니'를 택했다. 쇼트게임에 치중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마스터스 토너먼트 데뷔 무대에서 공동 7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는 드라이버를 쥐고 평균 262m(167위)를 날렸다. 비거리가 시원치 않자, 쇼트게임이 답이라는 판단이 섰다. 연습에 매진한 결과 퍼트 순위를 188위에서 62위로 126단계 끌어올렸다.

안병훈처럼 아니르반 라히리(인도)와 키라데크 아피반랏(태국)도 생애 첫 PGA투어 우승을 위해 쇼트게임을 갈고 닦는 중이다. 라히리는 비제이 디베차(인도)와 쇼트게임에 매진하고 있고, 아피반랏은 태국 선수들의 특기인 섬세한 쇼트게임을 완벽한 쇼트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추아 추 치앙(Chuah Choo Chiang)
- PGA투어 APAC 국제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수석 이사
 

추아 추 치앙과 타이거 우즈(왼쪽부터)[사진=추아 추 치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