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위기] 저출산 정책에 맞벌이 부부 “지원금 몇 푼으로 해결 안 돼”

2020-12-22 08: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경기도 군포에 거주하는 한정수(32·남)씨는 지난달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육아휴직시 맞벌이 부부가 최대 15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언감생신이다. 한씨는 단순히 지원금액을 늘린 대책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7년 전 육아휴직을 신청한 선배 한 분이 있었는데 후배들이 모두 승진해도 만년 대리로 계신다. 지금도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저출산 대책은 영아기 부모에 대한 지원 확대가 골자다. 이전 정부와 달리 출산율을 목표로 제시하지 않고 삶의 질 향상으로 방향을 잡은 것 자체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지원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정작 필요한 보육 환경 개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통계청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5년차 신혼부부 가운데 자녀를 두지 않은 부부는 18.3%로 2015년 통계 시작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년 12.9%, 2016년 13.7%, 2017년 14.9%, 2018년 16.8%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결혼 1∼5년차 전체 부부 중 아이를 낳지 않은 부부는 42.5%를 차지했다. 10쌍 중 4쌍은 무자녀였던 셈이다. 이 비중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 등 출산 자체가 어려워지는 요인과 함께 자의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15일 저출산 대책(4차)을 발표했지만, 1~3차 대책처럼 단순히 지원금액을 늘리는 방식을 답습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시작으로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 그동안 정부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 투입한 돈은 15년 동안 180조원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2명에 그쳤다. 이 수치(0.92명)는 가임여성 1명이 평균 0.92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기준으로 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아이를 이렇게나 안 낳는 이유에 대해 부모들은 단순히 경제적 이유뿐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지원금을 더 줘서 육아휴직하는 동안 돈 걱정 안 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먼저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을 가라고 권장하고, 임산부가 눈치보지 않고 근무하는 문화를 만드는 등 보육 환경이 개선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혜인(30·여·서울)씨는 “임신을 하면서 눈치가 보여 회사를 그만뒀다. 임산부 바우처 60만원을 받았는데, 초음파 검사, 질정 처방 등을 받으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내후년부터는 100만원으로 올린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택도없다. 바우처 등 지원금이 더 나와도 둘째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김수진(32·여·인천)씨는 “영아수당 등이 도움 되는 부분이 있긴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맞벌이 부부인 상황에서 저출산은 경제적인 부분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출산문제와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게 아닌 개인에게 짐 지우는 한은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부터 모든 0세~1세 영아를 대상으로 월 30만원의 ‘영아수당’을 지급하고, 금액을 2025년까지 50만원으로 인상한다.

또 임신부에 지급하는 국민행복카드의 사용한도도 2022년부터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고, 출산 시 초기 육아비용으로 현금 200만원을 지급한다. 만 1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가 3개월씩 육아휴직을 할 경우 양쪽에 최대 월 300만원의 휴직급여를 지원한다. 이 계획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