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영향에 대기업 휘청...양극화 완화 '착시 효과'

2020-12-14 12:00
통계청, '2019년 영리법인통계 결과' 발표
대기업 영업익 31.5% 감소...중소(-10.3%), 중견(-2.0%) 상회
부익부 빈익빈 지속...대기업과 중소기업 영업이익 차이 694배

[자료=통계청 제공]

지난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격차가 감소했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 나아진 것은 아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중소기업보다 더 많이 감소해 발생한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19년 영리법인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영리법인 영업이익은 총 219조8390억원으로 1년 년보다 22.7% 줄었다. 2011년 이후 최대 폭의 감소다. 

영리법인은 법인세를 신고한 전체 법인 중 의료·학교법인 등 비영리 성격의 법인을 제외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기업 규모별 보면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31.5%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중소기업은 10.3%, 중견기업은 2.0%씩 줄었다.

대기업 중에서도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영업이익이 45.2% 감소한 데 반해 기타대기업은 0.1% 증가했다.

기타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큰 규모지만 중견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으로 구성된다. 일반지주회사를 제외한 금융보험업 기업, 공기업, 자산 10조원 이상인 법인의 피출자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2018년의 경우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대기업만 유일하게 2.7% 증가했다. 대기업 중에서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영업이익만 7.2% 늘고 기타대기업 영업이익은 6.4%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대기업이 가장 많이 휘청였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교역이 둔화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며 경기 여건이 악화한 영향이다. 여기에 제조업 부진까지 더해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진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대기업은 제조업 비중이 큰데 제조업 중에서도 반도체와 전자, 석유·화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 그리고 유가 하락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LCD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중국의 자체 생산 비중이 늘고 저가 경쟁이 확대한 결과다. D램 가격은 전년 대비 61%나 하락했다.  

이렇게 지난해 대기업이 휘청였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여전했다. 전체의 0.3%밖에 안 되는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6.8%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6년 55.7%, 2017년 61.0%, 2018년 64.1%, 2019년 56.8%의 흐름을 보였다.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의 격차도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차이도 무려 694배에 달했다. 대기업 영업익이 평균 522억원인 데 반해 중소기업은 1억원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대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로 1년 전(916배)과 비교해서는 격차가 감소했다. 다만,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적을 뿐,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질적인 개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종사자당 영업이익도 지난해 대기업(6000만원)이 중소기업(800만원)의 7배나 많았다. 

영리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4987조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대기업은 2363억원(2.1%), 중견기업 760조원(2.0%), 중소기업은 1864조원(1.5%) 각각 늘었다.

산업별 매출액은 금융보험업(10.6%), 도소매업(3.2%) 등에서 증가했다. 구성비는 제조업(37.9%), 도소매업(19.2%), 금융보험업(15.2%)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