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방정식으로 다시 좁혀진 ‘秋-尹 갈등’…文 결단만 남았다(종합)

2020-12-02 16:31
법무부 차관 사퇴 이틀 만에 ‘비검찰 출신’ 후임자 내정
오는 4일 징계위 강행 의지 해석…정면돌파 선택할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신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면서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임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지난달 30일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개최 반대 뜻을 밝히며 사의를 표명했다.

오는 3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이 신임 차관은 4일로 예정된 징계위 회의를 주관하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후임 법무부 차관 인사를 두고 문 대통령이 정면돌파를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징계위 결정→대통령 재가’ 수순…치솟는 尹 지지율 부담

당초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에서 검찰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어나는 등 복잡한 고차방정식 양상을 보였던 ‘법-검’ 갈등은 다시 단순해지는 모습이다.

법원마저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정지 판결을 내리면서 공은 문 대통령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법원의 결정이 나자마자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대한민국의 공직자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하고 임기를 보장한 검찰총장을 해임해야 되는 상황에 놓였다. 두 사람 모두 자진 사퇴할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감은 그만큼 가중되고 있다.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징계 과정을 주도했던 추 장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법무부 차관 인선을 했다는 것은 징계위 결정을 바탕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 갈등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징계위가 ‘해임’ 결정을 내리면 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는 형식이 유력해 보인다.

검사징계법 제32조는 ‘검사의 해임·면직·감봉의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가 부당했다고 잇따라 판단함에 따라 징계위의 징계 명분도 약해졌다는 점이 변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징계위가 해임 등 중징계를 내렸을 때 검찰 내부의 반발은 물론 국민들의 여론이 출렁일 수 있어서다.

여기에 윤 총장이 징계위 결정에 법적 대응으로 맞설 경우, 임명권자에 항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미 윤 총장은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응답률 5.5%·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결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로 누가 적합한지’를 물은 결과, 윤 총장이 적합하다는 응답이 24.5%로 가장 많았다.

한 달여 전인 10월 넷째 주에 실시한 지난 조사(15.1%)보다 윤 총장 지지도는 9.1%p 급등했다.

이에 반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 평가)은 40.5%로, 1주일 전보다 1.2%p 떨어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법무부 징계위를 4일로 연기했다는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불편한 동거를 계속하기는 어려운 만큼 문 대통령의 결단을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강남 2주택’ 논란…靑 “매각 예정”

문 대통령은 이번 신임 법무부 차관 임명으로 ‘1주택자 기준’이라는 청와대 참모진 인사 기준을 스스로 깨게 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차관은 지난 3월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이 신임차관은 강남 소재 아파트 2건 등 40억8906만원을 신고했다. 강남의 아파트는 본인 소유의 서초동 서초래미안아파트(11억6000만원)와 배우자 소유의 도곡동 삼익아파트(7억16000만원)였다.

강남 아파트를 2채 소유한 다주택자인 것이다. 청와대는 한 채를 팔기로 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차관은 서울 대원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33회(사법연수언 23기)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1994년 인천지방법원 판사 임용을 시작으로 서울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서울행정법원 판사와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형사정책심의관, 광주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특히 지난 2017년 8월 비검찰 출신으로는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돼 2년 8개월간 근무한 바 있다.

이후 법무법인 엘케이비&파트너스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법률대리인으로 최종 변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판사 시절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핵심 회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 통과 이후 공수처 출범 준비팀장을 맡았으며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3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이 내정자는 검찰개혁 등 법무부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 차관은 검사징계법상 징계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추 장관이 징계 청구권자로서 징계위원에서 빠지면서 이 차관이 그 역할을 맡는다. 징계위는 법무부 차관, 검사 2명, 외부인사 3명으로 구성된다.

징계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7명의 위원 중 과반수가 출석하면 열 수 있어 차관이 없다고 개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