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원장 쫓겨난 이용구 "與지도부, 도리 아는 집단으로 착각"

2024-08-14 16:31
"저는 사표 낸 적 없어…공식 약속 헌신짝처럼 버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용구 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은 14일 "임기를 보장 받고 들어온 저에게 양해를 구하는 연락이라도 할 줄 았았는데, 제가 국민의힘 지도부가 도리를 지킬 줄 아는 집단일 것이라 착각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자신의 동의 없이 신의진 전 의원을 신임 윤리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당 윤리위원들과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 입장문을 내고 "분명히 저는 사표를 낸 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8월 1일 대표 비서실장이 찾아와 자기네들에게 위임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는 했다"며 "그러나 분명히 '사표'하고는 다른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원도 아니기에 그 자리를 내려놓는 것은 오히려 홀가분하다"면서도 "그러나 정권을 지키고자 하는 집권 정당 지도부가 기본적인 도리조차도 지키지 않는 것을 보며 지켜야 할 도리가 무엇인가 각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마디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리위원장은 비당원이 당을 위해 무보수로 봉사하는 명예직이다. 당 지도부로부터 부탁을 받았을 때 1년의 임기 보장을 받지 않았으면 누가 그 직을 수락했겠느냐"며 "당 지도부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임기 보장 문제는 직을 수락하는데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의 집행부에서 공식적으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면 누가 이 당을 신뢰하겠느냐"고 일침했다. 

그는 또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 경우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사람을 '근본없는 사람' 이라고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는 자신의 명백한 동의 없이 신 전 의원을 윤리위원장에 임명한 한동훈 대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위원장은 끝으로 "저는 지금까지 정도를 걸어왔고, 살아오면서 공명정대함을 추구해 왔다"며 "보수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제184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윤리위원장에 신 전 의원을 임명했다. 신 전 의원은 제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당무감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