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관심 毒됐나…'월성원전' 감사 결론, 결국 15일 국감 이후로

2020-10-14 10:57
감사원 감사위 나흘째 심의 진행에도 결론 못내
15일 감사원 국감장, ‘늑장심의’ 질타 이어질 듯
감사원 "사안 민감한 만큼 꼼꼼히 보느라 지연"

세간의 이목이 쏠린 감사원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결과 의결이 또 연기됐다. 최재형 감사원장과 5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 감사원 감사위원회가 나흘째 심의를 이어갔음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감사결과 발표는 15일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이후로 미뤄졌다.

14일 감사원에 따르면 최 원장과 감사위원들은 전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적절성 여부가 담긴 감사 보고서 심의를 진행했다. 이번 심의는 지난 7일, 8일, 12일에 이뤄진 심의의 연장선으로 감사원 역사상 유례없는 나흘째 심의다.

감사원은 통상 감사 보고서 심의를 1~2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번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건은 4차 심의까지 진행됐다. 감사원 측은 이번 감사 규모가 방대하고,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을 결론 지연의 이유로 내밀었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는 최 원장과 감사위원들 간의 대립이 의결 지연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 관계자는 “의결이 지연되니 위원들 간 대립 등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 이런 내용과는 달리 감사위원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월성 1호기’ 감사보고서 의결 지연이 최 원장과 일부 감사위원들 간 이견, 특히 정치적 성향 탓이라는 일부 지적에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러면서 “많은 부분에 대해 원만하게 심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아예 교착상태라든가, 진전이 없다는 등의 그런 상태는 아니다”라면서 “(이번 감사가) 쟁점 부분이 많고,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위원들이 하나하나 신중하고 꼼꼼하게 심의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유지한 채 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갈수록 증폭되는 ‘월성 1호기’ 감사보고서 의결에 관한 관심이 감사위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감사원이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감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지만, 문구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해당 감사를 ‘민감한’ 사안이라고 표현한 것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9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감사위 속개 날짜는 국감 이후인 15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세부 일정에 대해선 “미정”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감사원이 일부러 보고서 의결을 국감 이후로 미룬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정당성과 연관되는 사안으로 어떤 감사 결과가 나와도 정치권 공방은 불가피하다.

만약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조치가 부당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야당은 감사 결과를 앞세워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다르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타당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감사원의 독립성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감사보고서 의결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15일 국감에서는 감사원, 특히 최 원장을 향해 심의 지연 배경과 관련 의혹들에 대한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감사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감사위원들을 친여 성향이라고 단정하면서 마치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감사 결과 심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또는 감사위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감사위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