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9월 '전세대출‘ 역대급 증가…전셋값 급등이 원인
2020-10-11 13:49
지난달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전세대출이 역대 최대치로 급증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진 영향이 컸다.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세대출 취급 잔액은 99조16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달 대비 2조6911억원(2.8%)이나 증가한 수치다. 2016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2월(2조7034억원)과 증가폭이 비슷하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18조7091억원(23.3%)이나 불었다.
실제 수요는 이보다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고신용자의 경우, 저금리 기조를 틈타 금리가 더 낮은 신용대출로 전세보증금 증액분을 충당했다. 이를 더하면 지난달 전세대출 증가폭은 사실상 사상 최대치다.
여기에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상승한 게 영향을 미쳤다. 이후 전셋값은 오르고, 거래량은 줄어드는 양상을 지속하고 있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집주인이 전셋값을 미리 올린 게 급등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 종합 전셋값은 0.53% 올라 2015년 4월(0.59%) 이후 최대 상승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는 5055건으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7월 1만1942건에서 8월 7660건으로 급감한 데 이어 9월에는 더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수요자 위주로 전세대출이 이뤄지도록 했는데도 대출 잔액이 늘어난 건 결국 근본적인 원인이 '전셋값 상승'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이러한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임대인이 세입자와 연장 계약을 체결할 때 전세보증금을 크게 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당분간 전세대출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셋값이 단기적으로 많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고,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