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끊겼는데 월세만 1000만원…두타상인들 임대료 인하청구권 행사
2020-09-28 14:19
28일 두산타워에 임대료 50% 감면요구 내용증명 발송...법 개정후 첫 사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입주한 상인 7명이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데 따른 임대료 인하 청구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월세 감액을 요구할 수 있게 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후 첫 적용 사례다.
두산타워입주상인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진보당 서울시당·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와 기자회견을 열고 "두산타워쇼핑몰(두타몰) 상인들 상황은 상임법 개정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라며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차임감액청구권'을 처음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요구하는 월세 인하폭은 50%다.
비대위에 따르면 해외관광객이 주요 고객인 동대문 상권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매출액이 80∼90% 급감했다. 이러다 보니 많은 입점 상인이 임대료와 관리료 이중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두타몰을 운영하는 두산그룹은 임대료 감면 등에 소극적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20년간 두타몰에서 가방 매장을 운영해온 이정현 비대위 총무는 "지난 2월 이후 해외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한 달 매출이 200만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두산타워 측에 내야 하는 임대료 등은 그대로라 월세 1000만원에 관리비를 합쳐 매달 1200만원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황이 어려워도 위약금 때문에 퇴점조차 쉽지 않다"며 "임대료를 50% 감면해준다고 해도 빚을 내고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경원을 운영하는 상인은 "매달 1000만원씩 빚을 지며 버티고 있지만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현 상황에 맞는 임대료 조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 상인은 "하늘길만 다시 열릴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조금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장사를 이어가고 싶다"고 두산타워에 호소했다.
상인들은 이날 두산타워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에 소송을 낼 계획이다. 앞서 비대위는 서울시임대차분쟁위원회를 통해 임대료 감면을 요구했지만 두산타워 측 거부로 무산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청구도 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상인들이 우려하는 건 법원 판단이다. 차임감액청구권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전에도 있었지만 소송비용이나 재계약 거부 우려 등으로 세입자들이 제대로 행사한 적이 없다. 그나마 법원까지 갔던 사례 1건도 대법원에서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세입자가 건물주와 싸우기도 어렵고 소송까지 가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지만 법 개정 취지에 맞춰 국회와 정부를 믿고 청구권을 행사한다"면서 "법원에서 신속한 판결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두타 상인들도 "이번 법이 실제 상가세입자 보호로 이어지길 강력히 희망한다"면서 법원에 바른 판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