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대신 운전해"…'을왕리 음주사망' 벤츠 男동승자도 곧 송치

2020-09-19 00:15
사고낸 벤츠 女운전자 "동승 남성이 운전시켜" 진술
경찰, 위험운전치사 방조 혐의 추가로 적용하기로

인천 을왕리에서 술에 취해 벤츠 차량을 몰다 치킨 배달 중이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도 검찰에 넘겨질 예정이다. 동승자에겐 음주운전 방조와 함께 위험운전치사 방조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18일 '윤창호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구속한 A씨(33·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9일 0시 55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근처 편도 2차로에서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B씨(54·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동승자인 C씨(47·남)도 다음 주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 상태인 C씨에 대해서는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방조 혐의도 추가로 적용할 계획이다.

A씨가 C씨 권유로 음주운전을 했다고 진술해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리운전기사를 부르자고 했는데 C씨가 '네가 술을 덜 마셨으니 운전하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낸 벤츠는 C씨 회사 법인차량이다.

음주운전 방조죄는 보통 벌금형이지만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방조죄가 인정되면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 A씨가 지난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중구 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A씨와 C씨는 사고 전날인 8일 저녁 처음 만난 사이로, 남녀 일행 2명과 을왕리해수욕장 근처 숙박업소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A씨를 제외한 3명이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다 오후 9시쯤 가게에서 나왔고, 이후 찾은 숙박업소에 A씨가 합류했다. 4명이 술을 마시던 중 다툼이 생겨 A씨와 C씨가 먼저 방에서 나와 C씨 회사 소유인 벤츠 차량에 함께 탔다.

숙박업소 주차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당시 C씨는 A씨가 운전석에 탈 수 있게 도왔다. 주차장에 세워진 벤츠 운전석 쪽으로 A씨가 가서 문 손잡이를 잡아당기지만 열리지 않았다. 이후 C씨가 조수석으로 접근하자 차량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방향지시등 불빛이 수차례 깜박였다.

C씨는 "차량 리모트컨트롤러로 차 문을 열어준 건 맞지만 나머지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