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보험사 CEO 교체바람]①보험사 잇따라 수장 교체

2020-09-15 08:59
저금리·코로나19 등으로 실적 악화…수장 교체로 경영환경 돌파

저성장·저금리에 이어 코로나19 장기화까지 겹치며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보험사들이 잇따라 CEO를 교체하고 있다. 보험업 안팎에서는 보험사들이 잇단 악재를 벗어나기 위해 CEO 교체 카드를 꺼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실제 단기 실적 개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이 잇따라 수장을 교체하고 있다. 
 
DGB생명은 김성한 전 교보생명 전무를 수장으로 선임했다. 1961년생인 김 신임 사장은 대구 대륜고와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2006년 교보생명 대구지역본부장(상무)을 시작으로 2010년 변액자산운영담당(상무), 2013년경영기획담당(전무), 2019년 정책지원담당 겸 노블리에지원팀담당(전무) 등의 임원을 지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오준석 총괄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오 사장은 지난 2002년 회사 창립 이후 첫 한국인 대표다. DB생명도 최근 CEO가 교체됐다. DB생명은 김영만 DB손보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KB금융지주로 편입된 푸르덴셜생명은 지난달 31일 민기식 전 DGB생명 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민 신임 사장은 푸르덴셜생명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보험전문가다. 그는 1988년 대한화재를 시작으로 1991년부터 푸르덴셜생명에서 근무했다. 이후 2008년 PCA생명 마케팅 전무를 역임했고, 2011년 다시 푸르덴셜생명으로 복귀했다. 2012년부터 3년간 푸르덴셜생명CSO 부사장직을 역임했다. 푸르덴셜생명은 민 신임 사장이 DGB생명에서 건전성 관리 등에 성과를 보인 만큼, 푸르덴셜생명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를 앞둔 보험사 수장들도 연임보다는 교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내년 연초 임기가 끝난다. 최 사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해 임기 3년을 채우게 된다. 이어 신한생명 성대규 사장과 오렌지라이프 정문국 사장은 내년 하반기 통합 신한생명 출범을 앞둔 만큼,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10년간 DB손해보험을 이끌어온 김정남 부회장도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교체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과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 홍재은 NH농협생명 사장, 미래에셋생명의 하만덕 부회장과 변재상 사장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허정수 KB생명 사장과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은 오는 12월,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조병익 흥국생명 사장·권중원 흥국화재 사장·뤄젠룽 동양생명 사장·질 프로마조 AXA손해보험 사장·시예저치앙 ABL생명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다.
 
보험사 CEO 교체가 잇따르고 있는 데는 최근 실적 악화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727억원으로 전년동기(2조1276억원) 대비 2.6%(549억원)감소했다. 생보사의 경우 보험영업손실은 12조658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지본건전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0.45%로 전년동기(0.49%) 대비 0.04%p 하락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전년동기(5.39%) 대비 0.71%p 감소한 4.6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1조4850억원) 대비 2306억원(15.5%) 늘어난 1조715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손보사의 경우 신종 코로나19로 인한 외출·활동량 감소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하락(87.5%→84.3%)하는 등 일시적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기간 손보사의 전년 대비 자동차보험 손익 개선폭은 2940억원으로, 이 기간 당기순익 증가폭(2306억원)보다 컸다.
 
보험사 관계자는 "생보사의 실적을 감소했다고, 손보사의 경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면서 순익이 전년보다 늘어났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며 "보험사들이 실적 개선 효과를 위해 CEO 교체를 잇따라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 CEO의 경우 대부분 장기간 보험업권에서 경력을 쌓아야 해 인력 풀이 크지 않다"며 "결국 주요 보험사의 CEO들이 회사만 바꿔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