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랑합니다”…정은경 질병관리청장, ‘90도 인사’로 화답(종합)

2020-09-12 00:00
충북까지 내려가 현장서 ‘차관급’ 임명장 친수…현 정부 최초
“K방역 영웅, 초대 청장 축하…무한 자부심·책임감 가져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에서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정 초대 청장이 문 대통령의 격려 발언을 들은 뒤 허리를 깊이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홍삼선물을 들고 정은경 신임 질병관리청장을 찾았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충북까지 내려가서 직접 임명장을 수여하는 파격행보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에도 질병관리본부를 깜짝 방문한 바 있다. 당시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는 질본 관계자들을 위해 ‘밥차’를 제공했다.

문 대통령 이날 충북 청주의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와 정부세종청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방문해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대통령이 장·차관에 대한 임명장을 청와대 밖에서 수여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파격 행보는 코로나19 사태의 최일선에 있는 정 청장과 질병관리청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게다가 오는 12일 공식 출범을 하루 앞두고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장관급에게는 대통령이 임명장을 줬지만 차관급의 경우 국무총리가 대신 전달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3월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5월 유연상 경호처장에게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친수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저로서는 청와대 바깥에서 고위직 정무직의 임명장 수여식을 하는 것인 처음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을 찾아가 질본 사무실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한 것에는 배려, 격려, 축하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마도 의전상으로는 청와대에서 조금 더 격식을 갖춰서 임명장 수여식을 하는 것이 좀 더 영예로울지 모르지만 지금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질본 상황을 감안하기도 했다”면서 “무엇보다도 관리청 승격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질본 여러분들과 함께 초대 청장의 임명장 수여식을 하는 것이 더욱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 역시 이를 희망했다고 문 대통령은 덧붙였다. 정 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장 수여식에 임명 대상자의 가족이 참석하는 ‘관례’를 따르지 않고, 고생하는 질본 직원들과 함께했다.

문 대통령과 정 청장이 임명장 수여식을 위해 긴급상황센터 출입구 앞에 마련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에 있던 모든 직원이 박수와 환호로 맞았다.

문 대통령은 정 청장과 마주선 채 정 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어 직원 대표인 김은진 연구원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꽃다발은 ‘새로운 만남’을 의미하는 알스트로메리아, ‘감사’를 상징하는 카네이션, ‘보호’의 뜻을 담은 산부추꽃 등 세 가지 꽃으로 구성됐다.

꽃다발은 질병관리청 개청 축하와 그간 헌신과 노고에 대한 감사,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더욱 정진해달라는 당부의 의미를 담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에게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라는 문구가 적힌 감사패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를 줄인 ‘질본’이라는 것은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애칭이 됐다”면서 “K방역의 영웅, 정은경 본부장님이 승격되는 질병관리청의 초대 청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서도 축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질본의 ‘청’ 승격은 우리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의지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질본이 감염병 관리에 있어서 더 큰 역량을 가지고 더 총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길 바라는 그런 국민의 큰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코로나와 언제까지 함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끝까지 역할을 잘해주시고 청으로 승격을 되는 것을 계기로 해서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면서 “하루 빨리 우리 국민을 정상적인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청장은 이에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또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그런 신종 감염병에 대해 보다 전문적이고, 보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직원 모두 한마음으로 온 힘을 다 해서 코로나19의 극복과 감염병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가겠다”며 질본을 찾은 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 청장은 “많은 기대와 믿음을 항상 마음 속 깊이 가지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국민의 건강과 사회 안전을 지키는 ‘건강 지킴이’로서 질병관리청이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직원이 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정 청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한 뒤 격려의 말을 전하는 과정에서였다.

정 청장은 환담회에서 광복절에 이은 개천절과 한글날 집회를 우려한 듯 “많은 국민들이 방역 당국이 요구하는 거리두기 기준보다 스스로 더 엄격하게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돌발적 집단 감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 청장과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감염병 전파 속도를 숫자로 나타내는 ‘재생산지수’를 언급하며 “1이하로 유지되면 장기적으로 괜찮아질 것이라고 들었다”고 하자, 정 청장은 “재생산지수가 1이하로 (확산 추이가) 낮아진 상태라 거리두기를 유지하면 (확산) 속도가 급격하진 않을 것이라고 단기 예측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정 청장은 “코로나 전염력이 강해 한 명이 집단 속에 노출되면 한꺼번에 확진되고 만다”면서 “많은 분들이 종교 행사나 방문 판매 설명회 등을 통해 전염됐다. 계속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8개월간 방역 일선에서 애써오는 질본 직원들에 대한 감사함을 거듭 표했다.

문 대통령은 “복건복지부와 질본이 그간 한 몸처럼 잘해왔다”고 말하자, 정 청장은 “중대본 체계에서의 범정부적 거버넌스가 가장 성공적 요인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정 청장을 비롯한 질본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건강은 괜찮은가”라고 물었고 정 청장은 “면역이 생겨 업무 지장은 없다. 오히려 중수본·복지부·행안부·지자체에 계신 분들이 피로할 것 같다. 의료인들의 피로도 걱정”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의료인도 국민도 지치고,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추석 전까지는 두 자릿수로 (신규 확진자 수가) 떨어지고 안정적인 선에서 관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청 인력 확충 시 행정 인력뿐 아니라 전문적 역량 있는 분들도 많이 확충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을 향해서도 문 대통령은 “감염병 연구소가 생기니 든든하시겠다”고 말하자, 권 원장은 “지난번 질본 방문 당시 청 승격을 부탁드렸는데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몇 배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참석자들과 15분간 환담을 나눈 문 대통령은 이어서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중수본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중수본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말 수고들 많다. 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방역에서 성공 거둬주셨기 때문에 경제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충격을 적게 받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8월 중순에 예상하지 못했던 집단감염이 돌발적으로 발생해 아마 우리 중수본으로서는 허탈하고 마음이 지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면서 “한편으로는 코로나 집단 감염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으니 한순간도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우치게 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문 대통령이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하자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한편,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동료 직원의 일화를 소개했다. 4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한 한 직원이 급작스럽게 출근을 못 하게 됐는데, 이유는 부친상 때문이라고 했다. 이 직원은 “우리가 방역에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동료들의 조문도 사양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중수본을 이번처럼 대규모로 꾸리고 오랫동안 역할을 맡긴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혹시라도 지치게 되면 자기 자신에게 격려해주고 서로 격려해주고, 국민들께서 지치지 않도록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