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시아 3위 경제대국' 타이틀 뺏길까

2020-08-31 15:35
예상보다 경제 위축 정도 훨씬 더 심할 수도

'아시아 3위 경제 대국'이라는 타이틀을 지켜온 인도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경제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인도가 코로나19 핵심 감염국으로 떠오르면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급격한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전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2분기(4~6월) 인도의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2%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인도 정부가 분기별 GDP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가장 급격한 경제 위축이다. 

이 같은 경제 위축에는 코로나19발 봉쇄령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 정도였던 지난 3월 말 강한 봉쇄령을 내리면서 바이러스 확산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기업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사실상 인도 내 경제활동이 중단됐다. 이 여파로 인도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3.1%로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면 위에 드러난 것보다 인도 경제의 붕괴 정도가 더 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전국에 봉쇄조치가 내려진 지난 4~5월에 통계청이 현장조사를 시행하지 않아 앞서 나온 수치의 불확실성이 높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HSBC홀딩스의 프란줄 반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2분기 GDP가 지난해 대비 17.5% 감소했다고 발표할 수 있다"면서도 "이후 비공식 부문까지 조사가 이뤄지면 인도 경제가 2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중앙은행(RBI) 역시 연례 보고서에서 "충격이 심각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모멘텀을 고치고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RBI에 따르면 인도의 2조8000억 달러(약 3324조원) 규모의 경제 가운데 특히 교통, 서비스, 문화활동 등이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3월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 5.15%에서 4.40%로 내렸다. 이처럼 인도는 2010년 이래 기준금리를 최저치 수준으로 낮추면서 유동성을 확대하고 연방정부에 수십억 루피에 이르는 배당금을 수혈하는 등 힘을 썼지만, 여전히 경제 회복 모멘텀을 마련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연일 쏟아지고 있는 확진자 때문에 인도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하루 동안 인도에서만 7만8761명이 새롭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는 미국의 발병 상황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달 7만7299명 기록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전 세계 최다치다.

더 큰 문제는 인도가 당장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에서 벗어난다 해도 장기적인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은 팬데믹으로 억눌린 내수가 살아나고, 수출이 증가한다고 가정해도 내년 인도의 경제 성장률이 현재 수준에서 7% 이상 회복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였던 회복 속도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시 인도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통화 완화 정책, 글로벌 경제 반등 등에 힘입어 금융위기 이후 2년 동안 평균 8.2%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또 인도의 은행 업종이 약세를 보이고, 높은 공공부채 등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TS 롬바르드의 슈미타 샤르마 데브슈와르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시작된) 극심한 경제 충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경제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면 몇 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