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 美 블로킹 뚫기가 최종미션

2020-08-03 19:01

김영윤 대표


신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결의가 대단하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언급한 대북 정책구상과는 사뭇 달리 장관직을 수행하면서부터 상당한 실천력을 보이고 있다. 취임식을 생략한 채 곧바로 실무를 움켜쥐는 신선함도 선사하고 있다. 대북협력 민간단체와 만난 자리(7월 31일)에서는 "장관이 새로 오면 무엇인가 새로 시작될 것 같은 기대를 갖고 있다가 그대로 끝나버리고 마는 허탈감 같은 것은 절대 드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피력한 것을 보면 장관의 결기가 느껴진다.

이 장관의 대북 행보는 대북 지원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국내 민간단체가 지난 5월 신청한 8억원 규모의 코로나19 방역물품에 대해 대북 반출을 승인한 것이 그것이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방역물품을 보내면서도 유독 북한을 제외했으나, 이 장관의 취임으로 승인을 득하게 되었다. 그 연유가 궁금스럽기는 하나, 지금부터라도 대북 인도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이 장관 스스로도 “인도협력과 교류협력과 관련한 작은 교역 분야의 '작은 결재'부터 시작했다"고 한 것을 볼 때, 남북관계의 개선은 인도적 교류가 그 돌파구가 될 것 같다.

신임 통일부 장관의 남북관계 개선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그 단서를 이 장관의 동해선 최북단 제진역 방문(7월 31일)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장관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이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대화 재개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 외에 "남북 철도·도로 연결”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한반도 경제질서”의 창출 의지를 남북한 철도·도로 연결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의 행보와 발언은 한마디로 큰 기대를 갖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이 장관의 구상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현실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없지 않다. 개별관광이나 남북 철도·도로의 연결은 유엔의 대북 제재에서 벗어나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것이 우리의 뜻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남한의 타미플루 대북 지원이 대북 제재를 앞세운 미국 측의 운반수단문제로 지연되었다가 결국은 북한의 거부로 무산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아무리 대북 제재에서 비켜나 있는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추진에 있어서는 엄청난 난관이 조성되어 있음을 우리는 잘 인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 단계 남북교류협력은 사업의 열거보다는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 장관의 통일부는 먼저 다음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미국과의 문제다. 한반도 핵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어떻게 미국과 협조하여 풀어낼 것인가이다.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을 정부가 승인하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문제는 대북 제재가 이루어지는 환경 속에서 계획하고 있는 남북협력사업을 과연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같은 규모 있는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할 때, 이에 따르는 여러 절차적인 문제와 관련 물자의 이동이 필수적인데, 북한 핵문제의 해결 이전이라도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사사건건 남북협력을 가로막았던 한·미워킹그룹을 남북협력 추진의 친화적 실체로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항간에는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미워킹그룹 때문에 정부가 남북과 관련해 아무 일도 못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인사 청문회에서 "대북 제재를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한·미워킹그룹의 기능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말은 한·미워킹그룹 회의에서 대북한 제재 문제를 풀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 차원에서 대북 제재만 따로 떼어내어 협상하려고 한다면 미국이 과연 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북핵 문제는 한·미 간의 문제가 아닌 북·미 간의 문제인데, 한국이 과연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둘째는 북한 문제다. 북한은 현재 미국의 입김에서 벗어난 남한과 함께 여러 각도의 협력관계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대북 전단지가 발단이 되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남북문제에 대한 남한의 대미 종속적 행동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 한·미워킹그룹의 해체를 남한에 주문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기대의 이면에는 남북이 합의한 적대적 군사행위 금지에 대한 남한의 독자적 결단 요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코로나 사태로 군사훈련의 실시가 불투명한 상황이나 이에 대한 남한의 확실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이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남한의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된 것을 “이중적인 처사”라고 꼬집고 있는 것도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취소를 노린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에 대해 이 장관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 청문회에서 이 장관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은 한반도 긴장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방향에서 전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이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신임 통일부 장관이 우리에게 꼭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통일부가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이다가도 미국의 강한 입김 앞에서 다시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동시에 한반도의 번영과 평화정착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주위의 공격에 주저앉지 않고, 남북이 주도하는 확실한 대안과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을 면밀히 세워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