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이문환…'페이북' 앞세워 케이뱅크 재도약 준비

2020-07-10 05:00
비씨카드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 연계
KT보유 통신데이터 활용 방안도 구상중
3사 연합…ICT 기반 인터넷 은행 탈바꿈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이 '친정'인 비씨카드의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발판 삼아 케이뱅크의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비씨카드와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 '페이북'을 이용한 제휴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페이북 활용안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페이북과 어떤 식으로 연계하든 시너지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 행장은 비씨카드 사장 재임 시절인 2018년 페이북에 QR코드 결제 기능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페이북을 생활문화 플랫폼으로 개편했다. 이용자 수는 3배 이상 급증하며 현재 800만명에 이른다. 토스와 삼성페이에 이어 셋째로 많은 수준이다. 페이북에서 이뤄지는 결제액은 월평균 1조원에 달한다.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  [사진=케이뱅크]


이 행장이 다시 페이북을 살펴보는 것은 지속 가능한 영업을 위해서는 플랫폼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를 등에 업고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달리, 케이뱅크는 별다른 플랫폼을 보유하지 못한 채 영업에 나섰다. 3년이 지난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고객규모 차이는 10배로 커졌다.

장기적으로는 비씨카드의 모회사 KT가 보유한 통신 데이터를 활용하는 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비씨카드-KT' 삼각편대를 이뤄 케이뱅크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인터넷은행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청사진을 담은 '캐치업(catch-up) 전략'은 주요 주주의 증자를 설득하는 계기가 됐다. 이 행장은 지난달 26일 2대 주주인 우리은행 이사진을 찾아 경영 정상화 방안과 카카오뱅크를 따라잡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월부터 유상증자를 추진해 왔으나 주주들이 참여를 꺼린 데 따른 조치였다. 우리은행은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1600억원 규모 증자를 결의했다.

이 행장이 3대 주주인 NH투자증권 이사진도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아직 증자안을 처리하지 않았다. 케이뱅크가 예정대로 오는 28일 약 4000억원의 주금납입을 완료하려면 NH투자증권의 증자가 필수다.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 증자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늦어도 다음주 안에는 이사회를 열고 안건 처리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이 NH투자증권 설득에도 성공하면, 오는 22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비씨카드는 케이뱅크 대주주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지난 8일 회의에 비씨카드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주요 주주의 증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건을 다루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2일 회의는 케이뱅크의 주금납입일(28일) 전에 열리는 마지막 정례회의다.

이 같은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케이뱅크는 이르면 다음달 초 대출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3월 31일 케이뱅크 2대 수장에 오른 이 행장은 9일부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