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정치] ②기본소득 원산지, 유럽 상황은?

2020-06-10 08:00
핀란드, 2년간 실험…"근로 의욕 고취 효과 無"
스위스, 국민투표서 압도적 반대로 기본소득 부결

기본소득이 여야 대권 후보 간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보편적 복지제도인 기본소득 논의는 1980년대 유럽의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복지제도 개선책을 찾는 데에서 시작됐다. 이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확대되자 기본소득이 세계적인 쟁점으로 발전했다.

특히 2017년에는 핀란드,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소규모 실험을 진행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현재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이다. 사진은 이 지사가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부천 쿠팡 신선물류센터(제2공장)에 대한 2주간 집합금지 조치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핀란드는 실업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기본소득 실험 결과, 실업자의 근로 의욕을 고취해 고용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기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핀란드 사회복지부는 지난달 6일 기본소득 실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실험은 핀란드 정부가 만 25~28세 실업자 중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2017~2018년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4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 실험이다. 이들은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직업을 새로 구하더라도 계속 기본소득을 수령했다.

핀란드 정부는 실험 시작 전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취업을 유도하는 재정적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기본소득을 받은 수급자들이 저소득·비정규직에라도 취업하는 등 근로 의욕을 고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리 기본소득이 근로 의욕 고취에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사회보험 관리공단인 켈라(KELA)가 기본소득 수급자와 비수급자(실업수당 받는 실업자)의 취업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실험 첫해에는 수급자 그룹과 비수급자 그룹에서 각각 18%가 근로활동을 수행했다. 실험 2년 차에는 기본소득 수급자 27%가 취업했으나 이는 비수급자보다 2%포인트 높은 수치에 불과했다. 정부는 "실업자들의 취업과 재정적 인센티브는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스위스관광청이 24일 새벽(현지시간) 전 세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의 빛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발 4478m의 마터호른산에 떠오른 태극기. [사진=연합뉴스]



앞서 스위스도 2016년 전 국민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국민 투표에 부쳤으나 77%가 반대해 부결됐다.

스위스 국민투표는 지난 2013년 스위스 기본소득 운동조직인 '기본소득스위스'가 13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했다. 스위스는 시민 발의에 의한 헌법 개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제안은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스위스의 기본소득 도입 국민투표가 부결된 이유로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먼저 막대한 비용 부담과 비교해 구체적 재원 조달 방식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1인당 300만원을 지급할 경우 기본소득 예산은 스위스 1인당 국민총생산(GDP)의 30%에 해당한다. 이에 세금 증가와 공공 지출 감소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스위스 기본소득 운동단체들은 부가가치세 인상을 통해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려 했으나 증세 반대 여론을 의식해 철회했다.

또한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노동 의욕이 감소해 일하지 않고 기본소득만 받는 이른바 '무임승차자'가 증가하고, 이민자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우려도 부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유럽은 아니지만,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도 기본소득을 실험한 바 있다. 온타리오주는 2017년 저소득층 4000명에게 3년간 매달 1320캐나다달러(약115만원)를 주는 실험을 시작했으나 재원이 고갈되면서 1년 만에 중단했다. 이 실험은 일자리를 얻게 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형식이라 핀란드 실험보다 조건이 더 제한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