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공익기부]② 위헌적 과세처분 없도록 입법 이뤄져야

2020-06-09 08:00
형평에 반하는 과세처분 취소하려면 행정소송..."근본 해결책 아니다"
"공익기부시 상속·증여세 비과세 할 수 있는 근거 법률 명확히 둬야"

조세 회피 목적 없이 선의로 기부한 사람에게 세금이 부과된 경우 사법부에 판단을 맡길 수 있다.

납세자가 형평에 반하는 과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법원은 몇 가지 법리구성을 통해 형평에 반하는 과세처분의 취소 판결을 함으로써 납세자가 과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문은희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세기본법이 개별 과세처분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재판규범성을 가지는지 확립된 판례가 없다"라며 "또 법원이 형평에 반하는 개별과세처분에 대해 어떠한 사실 관계 해석과 법리구성을 할 것인지 단언하기 어려우므로 쟁송절차로 구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과 복잡한 절차가 소요되는 사법적 쟁송은 선의로 공익 기부를 한 납세자의 근본적인 구제 방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 입법조사관은 "적법한 과세처분이 불형평한 결과를 발생시키는 사례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독일은 형평면제처분제도를 통해 과세 관청이 합헌적인 법률을 적법하게 적용했으나, 결과적으로 형평에 반하는 과세가 초래된 경우 과세관청이 과세 처분을 면제할 수 있게 했 제도이다.

독일은 조세가 불형평한 경우로 인정되는 경우 조세채권의 확정과 징수 두 단계에서 각각 과세관청이 직접 조세감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권규정을 법률에 두고 있다.

독일은 또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형평면제처분권 행사를 제한하기 위해 연방재정부(BMF)의 지침으로 면제관할권을 세액에 따라 세무서, 국세청, 연방재정부 등 각급 기관별로 차등화해 면제 여부를 심사한다. 형평면제처분을 신청해 감면된 경우 사건과 면제처분의 이유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납세자의 형평면제신청을 과세관청이 거부하는 경우 납세자는 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조세법원은 형평면제처분규정을 근거로 형평에 반하는 과세처분을 취소함으로써 과세관청의 재량권 행사를 통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의 공익기부는 갈 길이 멀다. 문 입법조사관은 "피상속인의 기부로 그 상속인들에게 수십억 원에 달하는 상속·증여세가 부과되거나, 수원교차로 사례와 같이 공익재단이 받은 기부금의 대부분을 국가가 증여세로 추징해 가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과 법 감정에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조세법률주의와 함께 헌법상의 대원칙을 이루고 있는 공평 과세주의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형평성이 어긋난 과세 처분의 합헌적 교정을 사법부에 일임하지 말고, 위헌적 과세처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납세자가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공익 기부임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과세처분 단계에서 상속·증여세를 비과세 할 수 있는 근거를 법률에 명확히 두자는 이야기다. 이는 독일법상의 형평면제처분제도를 상증세법에 일부 도입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문 입법조사관은 "공익기부 활성화를 위해 선의의 공익 기부에 상증세법상 형평면제처분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며 "이는 과세 여부에 대한 과세 관청의 재량권한을 확대하는 것이므로 제도 도입 논의 시 과세 관청의 형평면제처분에 대한 견제 장치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