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모자라지만 아껴서 나누는 것"

2012-01-25 09:11
자원봉사 5000시간 봉사왕 오른 전광수씨

지난해 자원봉사 5000시간을 기록하며, 자원봉사왕에 오른 전광수씨와 그의 평생 후원자인 아내 김영미씨.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단지 호적상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복지 혜택에서 소외받고 있는 독거노인이 많이 있습니다. 차라리 자식이 없었다면 공공기관의 지원이라도 받았겠지만 그렇지 못해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계신 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지난해 연말 자원봉사 5000시간을 기록하며 서울 양천구 자원봉사왕에 오른 전광수씨(47, 신월사랑봉사단)는 호주제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생하시는 독거노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봉사단체에서 아무리 도와드리고 싶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공공기관도 인력이 달려 서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도 하루세끼 식사 혜택조차 주어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씨가 봉사활동에 눈을 뜬 것은 지난 2002년 모 정당소속으로 구의원에 당선되면서부터다. 당시 공약대로 의정활동비 53만원을 지역을 위한 공익기부를 하면서 주변 분들과 봉사단체를 조직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벽은 높았고 또 그렇게 깨끗하지 못해 6개월 만에 탈당, 그때부터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전 씨는 지금도 가끔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있어 씁쓸해 했다.

전씨는 이곳 신월동에만 36년째 살고 있는 토박이다. 누구보다 이곳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전씨는 먼저 조손 가정과 편부·편모 가정 어린이들의 급식비와 학용품비를 지원했다. 단원들의 자발적 후원금으로 장학금 사업도 펼치고 있다.

생활환경 정화를 위해 자율방범조직을 운영해 상습 우범지역이던 강서초등학교 주변을 시민들의 쉼터로 만들었다. 전 씨는 먼저 화물탑차와의 불법주차 전쟁을 벌였다.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전씨는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평소 소신대로 밀고 나갔다가 ‘꼴통’ 소리도 많이 들었다"며 "일부 사람들의 욕설은 예사였고 심지어는 오물까지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12명이 시작했던 봉사활동이 지금은 비정기적 봉사자까지 포함하면 400명이 넘는다며 뿌듯해 했다.

전씨는 “어쩌다 봉사 참가자 중에는 대가를 바라는 분들이 있어 난감할 때도 있다”며 “앞으로는 가족단위로 봉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봉사는 넉넉히 가진 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모자라지만 아껴서 나누는 것”이라며 봉사활동도 이제는 가족 대물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씨의 지론이다.

전씨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부인 김영미씨(44)다. 김씨는 봉사활동에 빠져 밖으로 나돌던 당시를 생각하며 한마디 거든다. “주부들이 다 그렇듯 경제적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집에 돈은 한 푼 안 가져다주니 누가 좋아했겠어요”라며 “그러다 나쁜 일도 아니고 투정한다고 고쳐질 일도 아니고 해서 지금은 같이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시간 기록은 2004년 당당한 아빠의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로 자원봉사 수첩에 기록하면서 시작됐다. 전씨는 “5000시간 이상 봉사자를 '자원봉사왕'으로 부른다. 지난해는 이곳에서만 10여분이 나올 정도로 많이 활성화됐다”며 “최근에는 봉사를 원하시는 분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씨는 “앞으로 마을, 골목단위 자정운동이 많아지면 더욱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올해는 마을기업 사업을 펼쳐 수익으로 우리지역 상황에 맞게 24시간 아동쉼터, 공부방 등을 운영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