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이준혁 '야구소녀', 여성 성장영화 인기 잇는다

2020-06-09 06:00

'야구소녀' 염혜란, 이주영, 이준혁, 최윤태 감독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 해보지도 않고 포기 안 해요."

프로를 꿈꾸는 야구소녀 주수인(이주영 분)의 도전을 담은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배급 싸이더스)가 '벌새' '윤희에게' 등 여성 성장영화의 인기를 이어간다.

영화 '야구소녀'는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이자 시속 130km 강속구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주수인이 졸업을 앞두고 프로를 향한 도전과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여성 성장 드라마다.

지난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을 시작으로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연출을 맡은 최윤태 감독은 "2017년도에 야구하는 소녀의 인터뷰를 봤었다. 아내가 이야기를 해줬는데 당연히 여자는 프로 선수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더라. '프로야구에서 여자 선수도 뛸 수 있다'고 하니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 인터뷰를 시작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 의미 있는 성장 영화로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라며 연출 계기를 밝혔다.

캐스팅도 중요했다. '야구소녀'라는 제목만큼 정직한 '직구'의 영화는 배우들의 진정성과 호소력이 필요했다.

최 감독은 "캐스팅을 진행하면서 주수인 역할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단순히 연기를 잘해서만 되는 게 아니라 이미지만으로도 존재감이 돋보일 수 있는 배우가 연기를 해줬으면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생각난 배우가 이주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준혁 배우는 사실 미팅하기 전에 걱정했었다. 외모가 잘생겨서 이 영화와 어울릴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미팅을 했더니 준혁 씨가 가지고 있던 선한 성격 등이 울림을 줬다. 그래서 같이 작업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이주영과 이준혁은 담백하고 묵직하게 맡은 바를 해내며 관객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세상의 편견과 싸우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주수인 역은 배우 이주영은 "드라마 '오늘의 탐정'을 끝내고 휴식 기간을 가질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영화 작업에 목말라 있던 시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첫인상부터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고민 없이 시나리오를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천재 야구소녀 역을 위해 선수들과 한 달간 훈련을 함께했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처럼 보이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프로를 준비하고 있는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 훈련했었다. 그 과정에서 시나리오,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감독님과 나누면서 힌트를 얻었다. 영화를 보면서 투구폼이나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실제와 얼마나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주어진 시간에 조금이나마 실제 선수들에게 누가되지 않도록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훈련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이준혁은 극 중 야구부 코치 최진태로 분했다. 부단한 노력에도 프로의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했던 경험이 있는 그는 주수인의 도전을 응원하고 물심양면으로 돕는 인물이다.

이준혁은 "'야구소녀'에 나온 이야기와 같진 않지만 제가 겪기도 했다. 신인 배우가 저한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저도 모르게 힘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던 것 같았는데 시나리오를 받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시 연락해서 힘을 주는 이야기를 했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최코치의 역할이 자기는 고생을 하면서 경험을 해왔지만, 고생을 한 사실이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저도 그때 힘든 시기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 선택하게 됐다"라고 거들었다.

멘토(mentor)와 멘티(mentee)로 등장하는 이주영과 이준혁은 서로에 관한 단단한 신뢰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주영은 "(이준혁과) 처음 만났고 처음 호흡 맞췄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훈련을 한 달여 동안 먼저 했었다. 그래서 굉장히 친해진 상태로 촬영을 들어갈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준혁 선배님께서 엄청 낯을 가리시더라. 그래도 막상 촬영 들어가니 굉장히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라고 전했다

이준혁은 이주영에 관해 "닮고 싶을 정도로 강하다. 극 중 주수인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위화감이 없었다. 이후에도 주영 씨가 계속 본인 일을 잘해내서 주수인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주영 씨를 보며 후배라는 이런 생각은 없었고 좋은 동료로 일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화답했다.

'야구소녀'는 유년 시절, 청소년기, 청춘 세대와 전환점을 맞이하는 세대 등 이 세상 모든 주수인을 응원하는 작품. 세상의 편견과 유리천장을 맞닥뜨리고 헤쳐나가는 모습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최 감독은 "기본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했다. (엔딩에 관해서는) 현실을 돌아보게끔 하는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보다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라며 '응원'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야구소녀'는 18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05분 관람등급 12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