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한만호 비망록’...“사법적 판단 필요”

2020-05-25 09:02
비망록 사실로 인정되면...재심 청구 단서 될 수도
1~3심 재판부 비망록 허위란 '판단' 내리지 않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된 가운데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검찰의 추가기소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허위진술’을 했다는 내용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심’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①비망록에 담긴 내용은?

비망록에 담긴 핵심 내용은 ‘추가 기소의 두려움과 사업 재기를 도와주겠다는 검찰의 약속 때문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줬다고 허위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비망록 내용이 사실로 인정되면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의 단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당시 검찰 인사들의 적법 수사 논란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

비망록에 대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비망록이라는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재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며 “법원은 1~3심에서 이 문건을 정식 증거로 채택했고, 대법원은 이 문건과 다른 증거를 종합해 유죄를 확정했다”고 주장했다.

②비망록은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됐나?

일단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한 전 총리의 1심 재판 때 비망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한 전 총리 측도 이에 동의해 증거로 정식 채택됐다. 문제는 비망록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이뤄졌는지 여부다.

단순하게 보면 비망록이 증거로 채택됐고, 한 전 총리에게 유죄가 확정됐기에 비망록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이미 내려졌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1~3심 판결문에선 비망록이 허위란 직접적 판단이 적시돼 있지 않다.

또, 검찰에서 한 전 총리게에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번복한 데 대해 검찰이 한만호씨를 위증죄로 기소했고, 한씨는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③대법관, 검찰의 ‘한만호’ 압박 지적?

2015년 8월 한 전 통리의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 5명은 “한만호가 허위나 과정 진술을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일단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자 이를 기화로 검사가 한만호의 진술이 번복되지 않도록 부적절하게 애쓴 흔적이 역력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검찰의 부적절한 압박을 대법관들이 지적한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비망록에 대한 명확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판결은 판사의 종합적 판단으로 이뤄진다. 다시 말해 유죄 판결이 곧 개별 증거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한명숙 사건' 여권서 재조사 촉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0일 검찰의 강압 수사 비리 의혹이 제기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공개된 고(故) 한만호 씨의 옥중 비망록 내용을 거론한 뒤 "이 모든 정황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면서 "한 전 총리는 2년간 옥고를 치르고 지금도 고통받는데, (재조사 없이) 넘어가면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8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