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반도체 소재 눈독...롯데케미칼, 日 쇼와덴코에 1600억 투자
2020-05-20 17:1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석유화학 첨단소재 사업에 선제적 투자를 감행한다. 코로나19 위기로 침체 국면인 유통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대신 신사업 발굴에 착수한 것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일본 화학기업 쇼와덴코(SHOWA DENKO)의 지분을 매입했다. 투입자금은 1617억원으로 쇼와덴코의 지분 4.46%를 확보했다.
쇼와덴코는 반도체 소재 등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에 강점을 지닌 중견 화학기업으로, 시가총액은 3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는 롯데케미칼과 함께 배터리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참여, 롯데를 제치고 히타치를 품었다.
업계는 이번 쇼와덴코 투자 지분이 5% 미만으로 크지 않지만, 고부가 소재 분야를 강화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쇼와덴코에 지속적으로 지분을 확보해 향후 반도체 소재 분야까지 외형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롯데케미칼은 범용 제품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스페셜티 제품군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스페셜티 사업군인 첨단소재사업과 롯데정밀화학에서는 각각 410억원, 5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번 쇼와덴코 투자는 이러한 스페셜티 제품군 확대를 위한 선제적 투자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현금 흐름도 안정적이라, 추가 투자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1분기 말 현재 현금을 비롯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총 3조7706억원으로 차입금(3조5551억원)보다 많아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43.4% 수준이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올 1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시장에 다양한 매물들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인데, 견조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다양한 M&A 기회에 대해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로서 롯데 경영 일선에 첫 데뷔한 인연이 있다. 그만큼 애착이 크다. 그의 오른팔로 불리는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도 롯데케미칼 출신이다. 신 회장은 2018년 10월 경영복귀 이후에도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그룹의 주요 성장 축으로 챙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