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성이 당시 펀드회사가 필요했다. 그 과정 속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여윳돈이 있다고 우연찮게 이야기했고, 돈을 투자유치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때부터 익성 이모 회장이 완전히 패밀리로 인정해줬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는 이같이 말했다.

2013년부터 익성 이사 명함으로 근무했지만 4년이 지난 2017년이 돼서야 코링크에서 급여를 받게 됐다는 점도 함께 설명했다.

2017년 정 교수로부터 5억원을 빌리는 등 투자 유치를 받으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첫 급여를 받았다는 것. 조씨는 이때부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재판에 출석한 이모 코링크PE 대표도 이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조씨 측 변호인은 2016년 7월 경 이 대표가 입사할 당시 상황에 대해서 여러 차례 되물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 월급도 못받은 '바지사장'

조씨는 "(이 부사장이 '바지사장'인 이모 대표에 대해) 당시 운영자금이 부족해서 입사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무급근무하고 (나중에) 생각해 보자해서 이 대표는 3개월 무보수 근무했다"며 "(당시에는) 나도 월급 못받아간다 말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익성'의 임원진 밑에 자신이 위치했고, 결정에 대해서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검찰은 코링크PE에 경영컨설팅 비용으로 3억3000만원 가량 송금된 IFM의 계좌내역을 제시하며 조씨가 IFM을 실제로 운영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조씨는 "사실 자체를 심하게 왜곡하는 것 아닌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익성이 신규사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자 음극제 사업을 하기 위해 IFM을 설립한 것일 뿐 자신이 운영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지분도 익성 회장이 만든 '엔제로'라는 회사가 25%를 소유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법정에서 언급하긴 그렇지만 '엔제로' 한글로 읽으면(=시쳇말로 하면) '엔빵'입니다. 참여한 관계자(=투자자)에게 (나눠)주려고 한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엔제로'의 지분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익성 임원들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IFM의 업무와 관련해 '이 부사장이 자신에게 보고가 올라가지 못하게 막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음극재 기술과 기계제작 등에 관한 정보 일체를 조씨에게 전혀 주지 말라고 했다는 것.

조씨는 "이 부사장이 전권을(=모든 것을)  차단했다. 전혀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 WFM에 들어간 정경심 돈... 투자냐, 대여냐

이날도 '정 교수의 자금'이 '투자'인지 '대여'인지를 두고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검찰이 '투자'를 입증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전제한 증인 심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가 검찰의 질문을 제지하기도 했다.

재판부 : 검사님 잠깐만요. 피고인은 당시 금전거래가 투자라고 인정하는 겁니까?

조범동 : 이자지급 구조에 대여라고...

재판부 : 투자를 전제로 한 겁니까?

조범동 : 익성에 대여를 하기 위한 대여를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투자다 대여다 단어를 콕 찝어서는...

재판부 : 그럼 따옴표 투자라고 이해하겠습니다. 검찰에서는 투자라고 주장하시고... "투자"라고 이해하겠습니다. 계속하시죠.

이날 조씨는 WFM에 들어간 정 교수의 자금이 '대여'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 때에는 "투자도 맞고 대여도 맞다고 애매하게 답한 것은 익성 부사장이 '어디서 돈을 빌려오면 얼마를 (나에게) 줄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진술했던 것"이라며 "대여에 대한 이자를 받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금전거래 당시 정황을 자세히 진술하면서 검찰 조사 때의 진술을 완전히 뒤집은 것.

다급해진 검찰이 '대여라면 왜 투자기간이라고 했나'라고 추궁했지만 조씨는 "돈을 움직이니까 저는 투자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목적성은 대여가 맞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