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美 1575만명 감염, 통계 10배 이상...검사 안 늘리면 의료붕괴"

2020-04-22 14:15
전 FDA 국장 "감염자 10~20명 중 1명만 검사해...전체 인구의 1~5% 감염 추정"
공식 발병 전부터 각국 사망자 증가세...고의 누락 아닌 통계시스템 한계 보여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공식 집계에서 누락된 숨겨진 환자와 사망자가 대거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실제 확진자는 공식 통계보다 20배 가까이 많은 1500만명 이상이며, 11개국에서 2만5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21일(현지시간) CNBC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공식 통계나 감염검사에 잡히지 않은 대규모의 코로나19 환자가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 美서 최대 1500만명 이상 감염...감염검사 안늘리면 의료붕괴

이날 CNBC에 출연한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실제 존재하는 것보다 진단이 적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면서 "미국의 실제 환자 수는 공식 수치의 10배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LA카운티)의 감염 상황을 분석한 연구를 인용하면서, 미국 당국이 감염 검사를 실제 감염자의 10~20명 중 1명꼴로 진단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에서 800만~1575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미국 전체 인구인 3억3634만명의 2.4~4.8%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스에 따르면, 이날까지 미국에서는 81만916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4만5340명이 숨졌다.

고틀립 전 국장은 로스앤젤레스카운티(LA카운티)에서 공식 집계의 28~55배에 달하는 22만1000~44만2000명이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한 LA 당국과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공동연구를 언급하며 "시애틀이든 유럽이든 뉴욕이든 현재 해당 지역 인구의 1~5%가 코로나19에 노출됐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이 공식 통계에서 숨겨진 코로나19 감염자를 찾기 위해 방역 당국이 감염검사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찾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대형 감염 사태가 일어나면서 의료 시스템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사진=CNBC 영상 캡처]


◇ "공식 발병 전부터 사망자 늘었다" 통계가 못 잡는 숨겨진 사망자 다수

같은 날 NYT는 코로나19가 확산한 11개국의 지난달 사망 통계를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들 국가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공식 통계를 제외하고도 2만5000명 이상 더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지난달 사망자 통계를 과거 자료와 비교해 발생한 '초과 사망분'에서 코로나19 공식 사망자 수를 빼는 방식으로 '숨겨진 사망자'를 산출했다. 이들 숨겨진 사망자들은 실제로는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면서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사인으로 기록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스페인,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미국 뉴욕시, 프랑스, 네덜란드, 터키 이스탄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벨기에 순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적게는 약 300명부터 많게는 7300명이 늘어났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일평균 사망자가 2배 이상, 뉴욕에서는 4배나 늘어났다.

NYT는 "감염병이 한참 유행 중인 때 수집한 데이터가 정확할 수 없다"면서 해당 결과가 고의적인 축소가 아닌 병원 내 코로나19 사망자만을 집계하는 통계 기준과 제한된 감염검사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코로나19 발병 시기 해석에 따른 사망 집계 차이도 있었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발병을 인정하기 전에는 코로나19가 사인으로 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지난달 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터키 정부의 코로나19 사망자 공식 집계(1006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2100여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매체는 이를 놓고 터키에서는 정부가 첫 확진 사례를 발표하기 훨씬 전인 2월부터 이미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코로나19 공식 발병 전부터 사망자 수가 평소보다 20~30% 더 많았다고 알려져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구통계연구소는 "각국에서 보고된 숫자 모두가 아주 과소평가한 수치일 것"이라고 지적하며 해당 추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파트리크 제를랑 세계연합(UN) 인구통계학자 역시 NYT의 추정 방식에 대해 "병원 시설에 기반한 시스템에 따른 현재의 공식 집계 방식이 가져온 가장 심각한 맹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방호복 입은 코로나19 방역인력.[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