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의 속사정] GS그룹, 막 오른 4세 승계...‘지분매입’ 수싸움에 실적 경쟁(종합)

2020-04-20 04:20
최근 ㈜GS 주식 매입 잇달아...경영권 확대·승계비용 절약 '일석이조'
GS칼텍스·GS건설·삼양통상 등 계열사 실적, 향후 승계 우위 '가늠자'

GS그룹 오너가(家) 4세들의 조용한 승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떨어진 것을 기회 삼아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는 것. 다만 각자 맡고 있는 계열사 실적이 향후 승계 구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 속에서 복안 찾기가 시급해 보인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GS그룹은 오너가인 허창수 외 특수관계인이 지분 48.31%를 보유 중이다. 특히 GS그룹 오너가 4세들은 지주회사인 ㈜GS의 자사주를 잇달아 매입했다. GS 지분은 오너가에서 대부분 보유 중이며 가족경영 체제라 자사주 보유분에 따라 향후 후계 구도가 보다 선명해질 전망이다.
 

(왼쪽부터)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사진=각사 제공]


이에 주목되는 오너 4세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3인이다. 이 가운데 지분율이 가장 높은 사람은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다. 허세홍 사장은 지난 2~3월 ㈜GS 주식 44만1110주(약 190억원)를 매입, GS 지분율이 이달 8일 기준 2.28%로 높아졌다.

다음으로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이 높은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허준홍 사장은 GS칼텍스 부사장으로 있다가 부친(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회사로 이동하며 그룹 승계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난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꾸준히 ㈜GS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주식 10만주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율을 2.24%로 늘렸다. 또 자신이 최대주주인 삼양통상이 ㈜GS 주식을 대거 매수, 지난해 말 0.22%에서 0.54%로 지분율이 높아졌다.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GS가 아닌 GS건설 지분율을 높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부친인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지난해 말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GS건설 회장만 맡으면서 허 사장의 부담감이 커졌다. 그의 ㈜GS 지분율은 0.53%, GS건설 지분율은 0.24%다.

재계는 GS그룹 4세의 적극적인 지분 매입에 대해 엇갈린 평가다. 코로나19 변수로 급락한 주가를 방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지배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 본다. 반면 승계 비용을 낮추는 수단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GS의 주가는 최근 5년 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 주식 매입의 적기로 평가된다.

하지만 결국 승계 경쟁에서 성패는 각자 맡고 있는 회사의 실적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의 부담감이 가장 커보인다. 코로나19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감소로 인해 정유업계 전반의 실적이 추락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실적도 수익면에서 크게 후퇴했다. GS칼텍스는 2019년 매출 33조26915억원, 영업이익 879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8.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8.7%나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4년 만에 1조원 밑으로 떨어져 업계 2위의 체면을 구겼다.

허윤홍 GS건설 사장도 올해 부사장에서 한 단계 승진해 부담감이 커졌다. GS건설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0조4160억원, 영업이익 7660억원, 신규 수주 10조720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동기 누계 대비 각각 20.7%, 28.1% 줄었다.

특히 지난해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이를 만회하려 허 사장은 모듈과 베트남 신사업, 자회사 자이S&D를 통한 인공지능(AI) 사업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당장 성과를 내기는 부족해 보인다.
 
GS칼텍스를 나와 삼양통상으로 간 허준홍 사장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매출 덩치 면에서는 GS칼텍스와 GS건설에 비할 바가 아니나, 나이키 OEM 업체로 잘 알려진 삼양통상은 알짜 회사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921억원, 영업이익 49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대비 25.7%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허씨 오너가 4세들이 본격적으로 계열사 경영을 맡으면서 지분 매입 등 본격적인 승계 경쟁도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결국 성패는 계열사를 얼마나 잘 키우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