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 "추가 KPI 조정 필요…노조추천이사제는 우려 공존"

2020-04-12 17:00
취임 100일 기념 서면 기자간담회
"올해 중기대출 공급 목표액 59조원으로 확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코로나19 피해 고객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영업점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인 핵심평가지표(KPI)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KPI를 놓고 재발한 기업은행 노사 간 갈등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지난 1월 노사 간 합의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윤 행장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이라며 입장을 유보했다.

윤 행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서면 기자간담회 자료를 통해 "경영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추가적인 KPI 조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직원 의견을 수렴하고 노동조합과의 협의 등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12일 말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기업은행은 코로나19 사태가 커지자 오는 6월 말까지 KPI 35개 항목 가운데 대면 영업 항목인 13개 지표에 대한 실적 목표치를 15% 줄이기로 했다. 코로나대출 상담은 급증한 반면, 일반 업무를 위해 내방하는 고객이 급감해 세운 조치다.

하지만 하향 조정된 지표 대부분이 사실상 개인고객 부문인 탓에 코로나대출 지원에 집중할 수 없어, 내부에서는 '탁상공론' 정책이라는 불만이 컸다. 급기야 노조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윤 행장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하는 등 노사 간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노사는 지난 3일 시작한 1분기 노사협의회에 KPI를 조정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했으나, 노사 간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윤 행장이 KPI 추가 조정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윤 행장은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은행의 건전경영을 도모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두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대해 윤 행장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명확한 답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노조가 전문성을 갖춘 훌륭한 분을 추천하고 그 분이 은행발전에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를 두고 윤 행장이 노사 합의문에 대한 입장에서 한발 후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출근 저지를 당하던 윤 행장은 지난 1월 말 노조와 합의문을 도출하며 취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시 노사는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한편 윤 행장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지원액을 대폭 늘린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중기대출 공급 목표액을 기존 49조원에서 59조원으로 10조원 확대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소상공인 초저금리 특별대출 지원 한도를 1조2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IBK기업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