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지의 Fin Q] '신의 직장'이라더니…기업은행, 왜 피켓 들고 나왔을까
2024-12-27 15:55
'총액인건비' 제한, 시중은행보다 낮은 연봉으로…2, 3차 파업 가능성도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사상 첫 단독 파업에 나서며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과거와 달리 시중은행보다 낮은 임금 등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게 핵심이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추가 파업도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기업은행지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경 서울 중구 본점 앞에서 총파업을 위한 집회에 나섰다. 사전 집회를 시작으로 노조는 광화문 앞 금융위원회까지 행진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기업은행 노조가 단독으로 총파업에 나선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이날 총파업에 동참한 인원은 전체 영업점 직원의 55% 수준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업은행 지점 근무 노조원이 5913명인 것을 고려하면 3200여명이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다 보니 그간 다른 민간 금융사의 연봉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게 이번 총파업의 배경이 됐다. 시중은행과 업무는 같지만, 임금은 30% 적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또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인해 1인당 약 600만원에 이르는 시간외근무수당도 지급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말 기업은행의 1인 평균 급여액은 8500만원으로 이미 1억원을 넘어선 시중은행 대비 적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총액인건비가 정해져 있어 초과 이익 배분이나 특별성과급 지급도 불가능하다.
다른 국책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에 산업은행과 한국은행 노조도 기업은행지부 투쟁에 연대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한은 노조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기업은행 노조의 차별 임금을 바로잡고, 체불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총파업 투쟁에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2, 3차 파업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총파업 선포 전 노조는 사측과 교섭에서 이익배분제 도입을 통한 기본급 250% 수준의 특별성과급을 비롯해 밀린 보상휴가 100% 현금 지급, 이익 배분 차원에서의 우리사주 금액 확대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