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화상회의] ‘성공적 코로나 대응’ 자평한 文, ‘방역 노하우’ 전수로 경제 협력 요청(종합)

2020-03-27 02:04
백신·치료제 개발 협력 약속…“기업인 등 필수인력 이동 허용해달라”
의료 경험 ‘주고’, 경제 공조 ‘받고’…큰 틀서 공감대·공동성명문 채택
방역 관련 국제사회 높은 평가 활용…‘글로벌 협력’ 주도적 역할 시도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 성과에 대해 ‘성공적인 대응모델’이라고 자평하며 국제사회에 보건 분야 개발 협력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국가 간 경제교류의 필수적인 흐름 유지를 위해 과학자, 의사, 기업인 등 필수 인력의 이동을 허용하는 방안 모색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 정상은 이날 오후 특별화상정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공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한 방역·경제·무역 분야의 구체적 공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4월 G20 보건·재무·통상 장관들이 만나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각국 정상들이 ‘어게인 2008년’처럼 탄탄한 국조 공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감염병 문제 자체가 각국의 활동 반경을 위축시키는 휘발성 강한 이슈이라는 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날 정상들이 채택한 공동성명문은 큰 틀에서의 방향에서 공감대를 이뤘지만, 이렇다 할 결론은 내지 못하고 기본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했던 G20이 이번 코로나19 위기 대응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연대의 필요성을 거듭 호소했다.

◆확장적 거시정책 언급…국제적 연대 메시지 각국 정상들에 전달

G20 국가들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15번째 발언자로 마이크를 잡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 간 방역 공조과 경제 협력를 강조했다. 우리의 방역 대응 시스템을 공유하고, 급격한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 문제는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선제적이고 투명한 방역 조치와 우리 국민의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방역 동참으로 점차 안정화돼 가고 있다”면서 “우리의 성공적인 대응모델을 국제사회와도 공유해 나가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 대통령은 G20 정상들에게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개방성·투명성·민주성 등 3대 원칙 하에 △많은 검진을 통한 확진자 발견 △감염 경로 추적 △확진자 및 밀접 접촉자 격리 후 출국금지 조치 등의 대응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진단시약 조기 개발,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설치, 자가격리 앱 등 창의적 방법들이 동원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람·물자의 국경 간 이동 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방역 효과를 극대화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했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연대 강화 및 정책 공조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G20 회원국들은 코로나19 방역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공유하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면서 “또한 보건 의료 취약국가 지원을 위해서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코로나 백신 개발 노력과 보건 분야 개발 협력 및 개도국의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노력에도 적극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확장적 거시정책을 펴야 하며 글로벌 금융 안전망을 강화하고, 저개발·빈곤국의 경제 안정을 위해서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국내에서 도입된 경기부양책도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코로나19가 소비와 투자, 산업 활동 위축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총 1000억 달러(약 122조8000억원) 규모의 과감한 확장적 거시정책과 금융안정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철저한 방역을 위한 연대와 경제 피해 최소화를 강조했다.

◆주요 20개국 정상들, 4월 보건장관·재무장관 회의…소통채널 가동 약속

각국 정상들은 공동성명문을 통해 “국경을 가리지 않는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연대 정신에 입각해 투명하고 강건하며 조정된 대규모의, 그리고 과학에 기반한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G20 정상들은 △생명 보호 △일자리·소득 지키기 △금융 안정성 보존 및 성장세 회복 △무역 및 글로벌 공급체인 붕괴 최소화 △지원 필요로 하는 국가에 대한 도움 제공 △공중보건 및 금융 조치에 대한 공조 등을 향후 공동 대응할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G20 정상들은 “보건 장관들에게 각국의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4월 장관회의에서 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G20 차원의 공동 긴급조치를 마련하는 임무를 부여한다”고 했다.

G20 차원에서 마련될 ‘코로나19 공동 긴급조치’에는 보건 조치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 정보 공유, 역학·임상 자료 교환, 국제 보건체계 강화, 의약품 공급 보장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또한 G20 정상들은 “잠재적 감염병 발생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 지역적, 그리고 국제적 능력을 강화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취약층 보호 강화, 백신 개발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G20 정상들은 “우리는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세계 성장을 회복하며, 시장 안정성을 유지하고,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모든 가용한 정책 수단을 활용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담았다.

이와 관련해 G20 정상들은 “과감한, 그리고 대규모의 재정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응 공동 행동계획’ 마련을 위해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이 회동하도록 했다.

이들은 “글로벌 공급 체인에 대한 붕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국제무역을 촉진하고 국가 간 이동과 무역에 불필요한 장애를 유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20 정상들은 통상 장관들에게 코로나19가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도록 했다.

나아가 정상들은 일본의 도쿄올림픽 1년 연기 결정에 지지를 표했다. G20 정상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을 지속하기 위해 앞으로 추가적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 필요한 경우 다시 정상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사상 첫 ‘화상정상회의’…2시간 넘긴 열띤 토론

G20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처음 제안한 지 13일 만에 열렸다.

회의에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을 비롯한 한국·미국·일본·이탈리아·프랑스·독일 등 주요 피해국 20개 정상들과 스페인·싱가포르·요르단·스위스·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세네갈 등 7개 특별초청국 정상이 참석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대표도 참여해 코로나 극복을 위한 방역·경제 협력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회의는 이날 오후 9시 5분부터 애초 예정됐던 종료 시간인 오후 10시 30분을 넘겨 오후 11시 11분까지 2시간 6분 동안 열렸다.

청와대도 전례가 없던 회의 준비를 위해 오전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정상회의는 동시통역으로 진행됐으며, 대통령 본관 집무실에는 두 대의 모니터가 설치됐다. 왼쪽에 놓인 모니터는 화면을 다중으로 분할해 회의에 참석 중인 각국 정상의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용도로, 오른쪽의 모니터에는 발언하는 정상의 모습이 나타나도록 했다.

화상회의 시스템은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준비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석자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의 자리는 또 다른 모니터와 함께 집무실 내 별도의 테이블에 마련됐다.

참석 정상들은 △보건적인 측면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통제 방안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 △정치에 미친 부정적 영향의 최소화 방안 △세계 무역교류 활성화 방안 등 크게 4가지 안건을 주요 의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조방안 모색을 위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 중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