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 따뜻한 바닷물의 남극 유입을 막는 빙붕의 역할 최초 규명

2020-03-24 10:09
남극 빙하가‘그나마’늦게 녹았던 이유는

극지연구소 (소장 윤호일)는 외부에서 오는 따뜻한 바닷물을 막아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을 늦추는 빙붕의 역할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빙붕 (Ice Shelf)은 바다에 떠 있는 채 남극대륙을 감싸고 있는 수백 미터 두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해수면 상승에 대처하는 빙붕의 새로운 역할이 드러났다.

극지연구소와 스웨덴 국제공동연구팀은 서남극 아문젠해 겟츠 (Getz) 빙붕에서, 바다에 잠겨 있는 두께 3~400미터의 빙붕이 외부의 바닷물을 차단하는 현상을 관측했다.

서남극 아문젠해 겟츠 빙붕 수심에 따른 유속 관측 결과.[사진=극지연구소]


남극대륙 주변의 심해는 지구의 기온을 400도 높일 수 있는 열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활용해 겟츠 빙붕 주변 바다에서 2016년부터 2년에 걸쳐 수심에 따른 유속과 염분 변화 등을 측정했다.

관측 결과, 빙붕에 가까워질수록 남극대륙으로 흐르는 따뜻한 바닷물의 속도가 감소했고, 해수 중 약 30%만 빙붕 너머 빙하 하부를 녹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인공위성 관측값과도 일치한다.

빙붕의 역할을 확인한 연구팀은 빙붕의 부재가 남극 빙하 하부로 따뜻한 물의 유입을 늘리고, 이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심에 따른 유속 변화 분석을 위한 빙붕 유형 별 수조실험 모식도 (a). 빙붕이 바다에 전혀 잠기지 않았을 때 (b), 빙붕이 사선의 형태로 바다에 잠겼을 때 (c), 빙붕의 절반 이상이 바다에 균일하게 잠겼을 때 (d, 실제 빙붕 모습과 유사)[사진=극지연구소]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기후변화가 남극 바다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아라온호를 활용한 남극탐사를 진행해 왔으며, 이번 연구결과는 2월 27일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 (Nature紙)에 게재됐다.

공동저자인 김태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남극 가장자리에서 얼음이 녹는 과정이 과학적으로 한 단계 더 밝혀진 만큼,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 연구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