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경욱, 논문 표절 의혹 추가 제기…결론도 ‘번역’ 수준

2020-03-15 19:00
1991년 연세대 국제대학원 석사 논문…결론 포함 본문 곳곳서 ‘번역’
교육부 “타인 저작물 번역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으면 표절”
논문 작성 당시엔 연구윤리 확보 지침 마련 안 돼…참고문헌엔 기재

민경욱(초선·인천 연수을) 미래통합당 의원의 논문 표절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민 의원은 공보처 해외공보관 전문위원으로 있던 1991년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A study on the anlysis of Korean overseas information service’란 제목의 100여쪽짜리 석사 논문을 썼는데, 해당 논문은 본문 일부뿐만 아니라 결론(conclusion) 부분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아주경제’가 제보된 내용을 토대로 취재한 결과, 민 의원의 석사논문은 1989년 다른 사람이 한양대학교 석사논문으로 제출한 ‘한국해외홍보체계에 관한 연구’와 1977년 한 학술지에 실린 ‘한국 해외홍보 증진을 위한 이론적 탐색’의 상당 부분을 ‘번역’ 수준으로 옮겼다. 본문 곳곳에서 해당 논문을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인용한 흔적이 나타난다. 두 논문은 민 의원 논문의 참고문헌 목록에 올라있다.

이같은 의혹은 지난 2016년에도 제기된 바 있는데 당시 민 의원은 ‘한겨레’에 “석사학위 논문이라 학문적으로 성숙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여러 논문을 참고하고 문헌목록에도 넣었다. 논문에 나만의 새로운 생각과 데이터를 포함시켰다. 일반적으로 표절은 영어를 영어로, 한글을 한글로 옮기는 것으로, 다른 논문 표절과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민 의원은 “새로운 생각과 데이터를 포함시켰다”고 해명했지만, ‘아주경제’가 논문에서 저자의 ‘생각’에 해당하는 결론(conclusion) 부분을 분석한 결과, 결론 부분은 ‘한국 해외홍보 증진을 위한 이론적 탐색’을 그대로 번역한 수준이었다.

“해외홍보는 정보를 통한 국가횡단적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한국이 처해있는 국내외적 상황은 한국 해외홍보의 과학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것을 위한 대안은 역시 홍보이론의 실제적 적용이 그 하나다.” (원 논문)

“The overseas publicity is a communication activity that aims at cross cultural persuasion through information. Domestic and international situation Korea is located in damands scientific method of overseas publicity (해외 홍보는 정보를 통한 문화 간 설득을 목표로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한국이 처한 국내외적 상황은 해외 홍보의 과학적 방법을 요구받고 있다)”(민 의원 논문)
 

[사진=김도형 기자]

통상 학계에선 6어절 이상 1문장 이상 일치할 경우 표절로 판단하는데, 결론의 대부분이 해당 논문과 유사성을 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부가 2015년 11월 일부 개정한 교육부 훈령 제153호 ‘연구윤리확보를 위한 지침’은 △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타인의 저작물의 단어·문장구조를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면서 출처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타인의 독창적인 생각 등을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등을 ‘표절’로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데이터’에 해당하는 표(table) 또한 ‘한국해외홍보체계에 관한 연구’ 논문의 표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 민 의원은 자신의 논문에 표 출처를 ‘Institute of Korean Journalism(한국언론연구원)’으로 표기했는데, 통상 다른 연구자가 정리한 표를 그대로 인용할 때에는 해당 논문도 함께 인용표기하는 것이 상례다.

본문 곳곳에서도 이런 의혹을 확인할 수 있다. 민 의원 논문 28페이지엔 “Overseas publicity policy can be defined as a process of promoting international exchange and cooperation through understanding each other countries' internal development and unique culture (해외 홍보 정책은 각국의 내부 개발과 독특한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국제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과정으로 정의될 수 있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한국해외홍보체계에 관한 연구’ 25페이지엔 “한 나라의 해외홍보정책은 개별국가의 독특한 문화와 내부적 발전을 이해함으로써 상이한 국민간의 친선과 유대강화를 목적으로 국제교류와 협력의 증진을 추구해 나가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부분부터 논지를 전개해나가기 위한 분석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약 10여페이지가 단순한 ‘번역’에 그친다는 평가다.

서울 소재 대학의 복수의 교수들은 해당 의혹을 접한 뒤 표절 시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 교수는 “똑같은 문장을 영어로 번역한 수준이라면 표절”이라며 “아무리 자신의 생각을 뒤에 넣었다고 해도 표절이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일반대학원이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지만, 야간대학원 등은 관행이 있기 때문에 애매하다”며 “제대로 파면 국회의원들은 다 걸릴 거다”고 했다. 또다른 교수 역시 “표절 시비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민 의원이 해당 논문을 썼던 시점은 1991년으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던 시기다. 연구윤리확보를 위한 지침은 연구부정행위의 판단과 관련, ‘해당 행위 당시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해당 행위가 있었던 시점의 보편적인 기준을 고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도덕적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 의원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 당시, 조 전 장관 딸이 인턴을 하며 의학논문을 제출하고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것에 대해 “그 논문의 제목이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다. 지금은 저 논문 제목의 뜻이 뭔지를 이해하는지 그 딸에게 묻는다. 그 덕에 그 딸은 이듬해 대학에 수시 합격했다”며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던 조 후보자의 딸이 제 1저자로 되어 있는 논문은 조국 딸을 제외하면 모두 교수와 박사들이다. 황우석 사태 곱하기 정유라 사태의 파괴력을 지닌 메가톤급 조국 게이트가 터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아주경제’는 취재를 위해 수 차례 민 의원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민경욱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민현주 전 의원에게 단수공천을 줬지만, 지난 12일 당 최고위의 재의 요구를 받고 경선 지역으로 변경했다. 통합당 총선기획단은 논문 표절 등 ‘조국형 범죄’에 대해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래픽=신승훈 기자]